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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리더들을 위해

신임 팀장 후보들에게 못다 한 이야기

by 진원재 Willie Chin

나는 수다쟁이다. 그래서 이번 영리더들과의 만남을 누구보다 고대했다. 그들과 마주 앉아 실컷 리더십에 대한 수다를 떨고 싶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중요한 회의 때문에 그토록 기다렸던 시간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 아쉬움과 미안함을 담아, 우리가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메일로 전했다.


1. 리더의 말하기: 수다보다 침묵보다 중요한 '한마디'

리더가 많이 듣는 조언이 있다. '말수를 줄여라' 리더의 말이 많아지면 실수가 잦아지고, 무엇보다 팔로워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리더가 자기 말만 쏟아내는 조직은 집단 지성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표류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반대도 경계해야 한다. 아무 의견도 없이,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다. 리더는 의견이 있어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 리더라면, 어떤 모임에서든 반드시 '한마디'는 꼭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한마디는 잡담이 아니라, 우리가 모인 목적을 파악하고, 판단하며, 방향을 설정하는 '나침반' 혹은 '핵심질문'으로서의 발언이다. 주제에 대한 의견이든, 본질을 꿰뚫는 질문이든 상관없다. 가장 적절한 순간에 던지는 리더의 한마디가 조직의 움직임을 결정짓고 그 사람을 기억하는 이미지가 된다.


2.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정답 찾기

사전에 받은 질문들을 보며 우리 영리더들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은 고민은 역시 '선택'과 '집중'에 관한 것이었다.

"원칙과 유연함, 전문가와 제네럴리스트, 젊은 팀원과 경험 많은 팀원.. 무엇이 정답일까요?"

참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계적인 '균형'이나 '평균'에 얽매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세상은 상대적이고, 우리는 저마다 다른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조직, 사회, 국가와 같이 하나의 세상, 우리로 묶여있다. 그래서 현대 물리학처럼 어려운 질문이다.

결국 정답은 '자기 자신', '우리 자신'에게 있다. 내가 처한 상황, 나의 수준에 따라 전문가가 될 수도, 제네럴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과거의 기여와 미래의 기대, 현재의 재무 상태와 시장 변화 등 수많은 맥락을 고려해야 비로소 우리만의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 성공과 실패조차도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달라지기에, 리더는 우리라는 개인과 조직 모두를 입체적으로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3. 리더십은 '힘(Vector)'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조직을 끄는 '힘', 즉 벡터(Vector)라고 정의했다.

물리학에서 벡터가 그러하듯, 리더십 역시 출발점, 방향, 크기라는 세 가지 요소로 완성된다.

* 출발점(Start Point): 가장 먼저 할 일은 '상황 파악'이다. 나와 팔로워들, 즉 우리의 상태는 어떤지, 축구와 비슷한 포지션이 다른 일들인지 아니면 비슷한 육상릴레이와 같은 일인지, 플레이하는 곳이 축구장인지 육상 트랙인지 환경의 특성을 읽어야 한다.

* 방향(Direction): 상황 파악이 끝났다면 '작전'을 짠다. 영악한 팀원은 공격수로, 우직한 팀원은 수비수로 투입하듯 적재적소에 팀원들을 배치한다. 그리고 목표와 역할을 부여한다. 만약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포지션을 바꾸거나 과감하게 종목(팀)을 바꿔주는 결단도 필요하다.

* 크기(Magnitude): 작전이 정해졌다면 밀어붙여야 한다. 이 추진력의 크기는 리더의 인격, 덕, 열정, 카리스마와 같은 자신만의 '매력'에서 나온다. 남들의 스타일을 흉내 내면 안된다.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찾아 그 크기를 키우는 것, 그것이 리더십의 완성이다.


4. 성과(成果)를 다시 정의하다

마지막으로 '성과를 내는 인재'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에 성과라는 단어를 뜯어본 적이 있다.

이룰 '성(成)'은 노력과 능력이 투입해 이루는 과정이고, 열매 '과(果)'는 그로 인해 맺어진 결과다.

즉, 진정한 성과를 내는 인재란 결과만 내는 사람이 아니라, 일의 시작(과정)부터 끝(결과)까지를 모두 이해하고 관리하는 사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잘러'다.

영리더 들은 이미 훌륭한 일잘러이기에 이 자리에 섰다. 이제 자신의 일, 성과를 넘어 조직과 사람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갖춘다면, 여러분은 일과 조직을 모두 지배하는 진정한 리더로서 군림할 것이다.


마치며

글로 적다 보니 또 수다쟁이가 되어버렸다.

다음엔 영리더들의 수다를 꼭 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세상 리더십의 차원을 바꿀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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