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늙어가는 나
아주 오랜만에 같은 회사를 다녔던 후배와 술 한잔 했다.
그 후배는 신입사원 때부터 반골 기질이 대단했다.
내가 선배였고 나이도 세 살이 많았지만, 후배가 더 어른 같았다.
본인은 자칭 프롤레타리아라고 했고, 어설픈 회사 정책에 대한 불만과 상사와 동료에 대한 지적이 날카로웠다.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후배를 멋지다고 생각했다.
내가 회사를 옮기면서 그 후배와는 연락이 뜸해졌다.
가장 먼저 그만둘 거 같던 그 친구는 그 회사를 20년 넘게 다니고 있다.
임원도 팀장도 아닌데 그렇게 못마땅해하던 회사를 아직도 다닌다.
"난 니가 제일 먼저 그만둘 줄 알았어. 그렇게 투덜댔으면서 왜 아직도 다니니?"
"..."
빙그레 미소 지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젊고 용감했던 후배는 어느덧 쉰을 넘겼다.
한참을 중1 딸아이의 이것저것 걱정을 늘어놓았다.
외국을 보내야 하는지, 어떻게 선행을 해야 할지..
세상과 맞서 싸우던 모습은 사라지고,
딸아이에 집착하는 늙은 아빠 후배가 있었다.
'아이는 놔두고 니 걱정이나 해.'
이 얘기하진 못했다.
'너나 잘하세요.'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예전처럼 한참을 같이 마시며 함박눈이 내린 겨울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