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에 딸아이를 보러 중국 톈진에 왔다. 온 지 벌써 4일 차이다.
아이는 동아리 회의를 위해 외출을 했다. 집에 혼자 있을 엄마가 걱정되는지 무슨 일 있으면 보이스톡 하라며 당부하고 나갔다. 그래도 며칠 동네를 돌아다닌 덕에 편의점과 마트는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동안 눈여겨본 스타벅스도 근처에 있다. 비는 오지만 혼자 집에 있기는 심심할 것 같아 책 한 권 가방에 넣고 동네 마실을 나왔다.
동네에 없는 것이 없었다. 한국에서 파리바게트 같은 홀리랜드 빵집, KFC, 도미노 피자, 루이싱 커피도 있었다. 비 오는 날은 역시 라떼라 스타벅스에 갔다. 입구에 보니 7시부터 오픈이다. 한국처럼 중국 스타벅스도 일찍 여는구나 싶었다. 매장은 밖에서 볼 때랑 다르게 생각보다 매우 깨끗했다. 카운터 오른편에는 서너 명의 손님들이 무리 지어 앉아있고 왼편에는 혼자 온 손님들이 주로 앉아있었다.
중국말이 안 되니 앳되보이는 종업원에게 손짓으로 메뉴판이 있는지 물어보니 메뉴판을 내어주었다. 메뉴판을 보고 따뜻한 라테를 주문했다. 그란데 사이즈 30위안. 그리곤 파파고로 "따뜻한 물도 한 잔 주세요."라고 써서 종업원에게 보여주니 미소를 지으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식당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토일렛? "하고 물어보니 종업원이 못 알아들어 난감했다. 파파고를 사용하길 잘했다.
메뉴를 주문하고 작은 테이블에 앉아 연휴에 읽으려고 가지고 간 책을 꺼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작가님의 책이다.
톈진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기류불안정으로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아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았고 중국에 와서도 아침에 일찍 깨어 틈틈이 읽었다. 스타벅스에 2시간 가까이 있으면서 이 책을 마저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책을 한귄만 가져온 것이 몹시 아쉬웠다. 한국책을 파는 서점이 있다면 가서 사고 싶은 맘이다. 아쉬운 맘에 온라인서점에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주문했다. 며칠 뒤 배송된다고 하니 집에 가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낯선 곳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편안했다. 중국에 며칠 있으니 옆에서 들리는 중국말도 친근하게 느껴졌다. (물론 못 알아듣지만.) 중국 물가로 비싼 듯하지만 여행자는 30위안으로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 참에 잠깐 중국에 살아볼까도 싶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여행자는 브런치에 오늘의 행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