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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배운 죽음과 인생

by 산호

연일 비다. 추석 연휴 하루 반짝 해가 나더니 정말 이렇게 비가 내려도 되는 걸까 싶게 끈질기게 비가 내린다. 주위에서 긴 연휴가 너무 지루했다 하고 거기에 비 때문에 우울하다고 한다. 해가 이렇게 소중한 존재였다니. 나 또한 비가 내리니 슬로우조깅도 힘들고 더욱 아이가 없는 집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공허하다 느낄 때쯤 모임 톡이 왔다.


한 달에 한번 모이는 독서모임 알림톡이었다. 오래간만에 기분 좋게 외출을 했다. 상반기에는 3권의 책을 함께 읽었다.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고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이미경 작가의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를 읽었고, 한국현대사와 함께하는 김소연 작가의 청소년도서 <반반무 많이>를 읽었다. 그리고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이소연 작가의 <옷을 사지 않겠습니다>도 읽었다.


이번 10월 모임은 K가 주제를 정하고 모임을 이끌었다. 이번 달은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어오고 K가 읽은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독서모임의 인원은 10명으로 연령층은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K가 정한 주제는 죽음에 관한 것으로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가"였다. 연령대가 있어서인지 모두들 진지하게 경청하고 진솔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죽고 싶다는 말을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 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하는 대로 대신 잘 살고 싶다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중


K가 그동안 죽음을 다룬 책들 중 읽었던 책들을 소개해 주었다. <삶이 흐르는 대로>, <11월 28일 조력자살>,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유품정리사>,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종양내과 의사>로 총 5권의 책이다.


책 속에서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 부검의사, 유품정리사, 종양내과 의사들이 현실적으로 들려주는 죽음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 화두의 스위스의 안락사 이야기도 나왔고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의 이야기도 나왔다. 지인이나 가족의 죽음을 맞이한 분들도 있었고 40대 솔로에 외동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혼자 남게 되어 고독사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분도 있었다. 또 다른 분은 사무실 퇴근 전에 '내일 다시 출근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정돈을 하고 퇴근하는 습관이 있다고 하셨다.


모두들 죽음에 대해 한 번씩은 생각해 본 듯했다. 나는 막연한 죽음에 대해 생각은 해본 적은 있었다. 그것이 연로한 부모님 걱정이었지 나에 대한 죽음을 생각해 본 것은 처음이었고 또 이렇게 드러내서 이야기하고 나누는 경험은 생소했다. K는 모두에게 "만약 6개월의 생이 남았을 때 남은 생애를 무엇을 하면서 보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우선 내 삶을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아직 현실감이 없어서인지 평범한 삶을 이어가지 않을까 말하였고 만약 고통스러운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스위스에 누구와 같이 가자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남은 주식을 자식에게 미리 양도하고 보험회사도 알려주고 거래하는 은행도 알려줄 거라고. 현실적인 T의 생각이다.


K는 마지막으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책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 계명을 읽어주었다.

1. 삶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정리를 습관화하세요.

2. 직접 하기 힘든 말이 있다면 글로 적어보세요.

3. 중요한 물건은 찾기 쉬운 곳에 보관하세요.

4. 가족들에게 병을 숨기지 마세요.

5. 가진 것들을 충분히 사용하세요.

6. 누구 때문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사세요.

7.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입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기세요.


며칠 전 읽은 미니멀리스트 책에서 스웨덴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분은 60세 이후에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주말 오늘도 끊임없이 내리는 비 덕분에 집에서 차분하게 물건 정리를 해볼까 한다.


독서모임 덕분에 죽음에 한 생각을 나누면서 삶에 대해 더 진지하게 사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인생 후반전을 결정한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내일이 아니라 오늘 사랑한다 말하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자 다짐한다. 아름다운 내 인생,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무심코 지나쳐온 다양한 죽음 속에는
언젠가 내가 맞닥뜨릴지도 모를 하루가,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겪을지도 모를 오늘이,
지금 내 옆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한다.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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