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사랑과 제대로 된 쉼을 확인하는 날?
작년부터 내 생일에는 손 까딱하지 않기로 했다.
해서 작년에는 외식을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집에서 편안하게 먹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러 올해는 둘째 녀석이 초밥을 테이크 아웃해오기로 했다.
생일이라고 큰 아들은 킹스턴에서 기차를 타고 금요일 밤에 도착했고, 늘 그렇듯 우린 토요일에 조금 이른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
더 늠름해진 큰 아이를 기차역에서 픽업해 오면서 가슴이 벌렁거렸다.
한국 방문 후 오랜만에 봐서기도 하지만 엄마, 아빠 없이 두 달간의 훈련을 무사히 마친 세리머니에 참석하지 못한 미안함과 무심한 듯 늘 한결같은 녀석이 기특해서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매콤한 닭 허벅지살을 구워주고 새로 만든 총각무와 깍두기를 줬는데 언제부터인지 김치를 사양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역시나 별 신통한 대답 없이 그냥 얼버무린다.
아마도 마늘 냄새와 길게 남는 김치의 여운 때문인 듯해 더는 묻지 않았다.
드디어 다음날인 토요일, 다미안과 크라상으로 아침을 먹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테이크, 그리고 각종 야채, 무청을 넣고 끓인 된장국을 점심으로 먹었다.
초밥집이 오후 4시 반부터 영업을 시작해 부득이 이른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둘째가 초밥과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왔다.
워낙 저녁식사는 간단하게 하는 편이라 다른 반찬은 필요 없었고, 초밥파티로 생일상을 대신했다.
식사가 끝난 후 라즈베리로 아이싱 한 쵸코-라즈베리 케이크를 함께 나눠 먹었다.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다 둘째는 다미안과 떠나고 큰 애는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다음날인 일요일, 첫째 녀석은 늘 그렇듯 아침도 거르고 점심은 간단하게 먹은 후 삶은 계란 하나만 먹고 자기 방에서 쉬다가 저녁으론 준비해 놓은 과일만 먹고 기차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기차역에 일찍 도착해 잠시 차 안에서 기다리다 기차역으로 향했는데, 훈련하는 동안 캠프 베이스에 아이를 떨어트려 놓고 올 때는 못 느꼈던 아련한 감성이 아이가 기차에 올라 창에 비칠 때 불현듯 솟아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떠날 땐 못 느꼈던 감성, 막상 아들이 떠나는 광경을 마주하니 헤어짐이란 단어의 임팩트가 날 세게 강타한 것이었다.
그날 저녁과 밤은 뭔가 소적한 기운에 휩싸여 침대 위를 뒹굴거렸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지난 화요일인 내 생일날, 남편과 오랜만에 '핀란데 스파(Finlandais Spa)'를 예약해 다녀왔다.
시간이 가면서 업데이트하는 모습도 좋아 보였고, 주중이라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은 것도, 특히나 아침 첫 시간으로 예약한 게 신의 한 수로 여겨졌다.
건식과 습식 사우나, 냉탕을 드나들며 몸을 이완하고 평온한 감성을 유지했다.
새롭게 마련된 '바이킹' 핀란드식 건식사우나는 특히 아담하면서도 안락한 기운을 선사했다.
인텐스 한 러시아식 습식 사우나를 마친 뒤 편안한 리클라인드 체어에서 휴식을 취하는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4시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스파 시간이 끝나갈 무렵 우린 다소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남편은 햄 앤 치즈 샌드위치를, 나는 닭고기바질 샌드위치를 먹고 남은 부분은 포장해 왔다.
늦가을 여운이 역력한 곳에서 몸과 마음을 다독이면서 눈에도 한가득 가을 감성을 담고 보니 진정한 쉼이 뭔지 알 거 같았다.
화창한 햇살 또한 덤으로 거들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