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직접 키운 무청 만들기 작업 외
한국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텃밭에 심어 놓았던 웃자란 열무, 총각무와 무들을 걷어 들이는 일이었다.
코딱지만 한 텃밭임에도 제법 많은 양의 무들을 손질하면서 '에이고~ 나이 들어 무슨 고생이람!'이란 한탄보단 괜스레 설레고 들뜬 마음이 더했다.
내 손으로 직접 씨를 뿌려 만들어 먹는 농작물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은 텃밭을 가꿔본 사람이라면 무조건 공감할 것이다.
아침마다 인사를 나누고 조금씩 성장하는 걸 기특해하는 맘으로 바라보면서 저 아래로부터 묵직한 감동이 올라오는 걸 체험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 매일이 행복했지만 한국 여행을 떠나기 앞서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막상 집에 돌아와 텃밭 상황을 보니 나쁘지 않았다.
물론 아직까지 그렇게 춥지 않았던 날씨 덕도 분명 있었지만,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던 내 새끼들이 얼마나 이쁘던지~
하지만 일단 정리도 해야 하고 더는 웃자라게 두면 안 될 일이었다.
그렇게 무들을 걷어들여 깨끗이 세척하고 분류했다.
김치를 만들 것들과 말려 무청을 이용할 것들로.
혹시 싶어 웃자란 총각무도 담가보았다. 하지만 역시였다.
해서 무만 잘라먹고 이파리들은 다시 푹 삶아 된장국을 끓였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 된장을 풀고 들깻가루로 마무리한 된장국은 또 얼마나 맛나던지!
이렇게 무청을 말리거나 국을 끓여 먹으면서 옛 선조들의 월동 지혜가 새삼 고마웠다.
겨울에 마땅히 먹을 게 없을 때 삶아 말린 무청을 꺼내 뜨끈 뜨근한 국을 끓여 먹으면 얼마나 맛나면서 동시에 고마웠을까를 생각하면서 깊이 공감했다.
김장 아닌 김장 같은 무 대잔치를 벌이면서 또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토종음식에 유난히 애착을 가지신 어머니가 직접 내가 기른 무청으로 만든 된장국을 드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어머니의 미소를 상상하며 마음이 애잔해졌다.
이렇게 농사짓기는 사랑이고, 또 사랑이란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애정을 가지고 농작물을 길러낸다는 것, 내 가족에게 신선한 음식을 먹일 수 있다는 것, 결과물로 멀리 떨어진 가족까지 떠올리며 사랑의 감성을 심연으로부터 길어 올린다는 것, 모든 게 사랑의 몸짓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