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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프로메나드

일탈의 짜릿함으로 범벅이 됐던 하루

by 꿈꾸는 노마드

남편 운동도 시킬 겸 나 또한 초겨울 산책을 즐길 겸 모처럼 나들이를 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가을에 구경만 했던 푸틴 전문 식당 'Chez Claudette'(번역하자면 '클로데뜨 집'인데 여기선 레스토랑 이름에 '누구누구 집'을 많이 붙인다).

로리에(Laurier) 지하철역에서 내려 그곳까지 가면서 가을과는 분위기가 또 새롭게 바뀐 초겨울의 감성에 흠뻑 젖었다.

다소 스산하면서도 벌써 크리스마스를 재촉하는 장식, 거리의 그라피티(Graffiti)가 기분을 산뜻하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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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도착해 한참 메뉴를 들여다보다 난 구운 양파와 버섯이 들어간 푸틴을, 남편은 트리오(작은 푸틴, 핫도그, 햄버거 3종)와 세븐 업, 사이드로 양파링을 주문했다.

보통 남편과 나는 소다류를 즐기지 않는데, 가끔 비행기 안에서 소화를 위해 진저에일을 주문하거나 이렇게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마시곤 한다.


20251120_143135.jpg 맛도 맛이지만 예스러운 분위기가 정감이 갔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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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0_150217.jpg 주인장께서 마릴린 몬로와 엘비스 프레슬리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듯싶다!


잠시 후 음식이 도착했고, 다소 푸짐한 량에 우리가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지기도 했지만 일단 시식에 들어갔다.

남편은 모처럼 정크 푸드(핫도그와 햄버거)를 맛보는 짜릿함, 일탈에 즐거워 보였고, 나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갑자기 남편이 내게 핫도그 한 입을 권해 마지못한 듯(사실 나도 일탈의 흥분을 맛보고 싶었기에) 먹어줬다.

그랬더니 마치 이브를 유혹하는 뱀처럼 남편이 이번엔 햄버거를 내게 권한다.

'아! 이러면 정말 안 되는데~'

하면서 마지못해(이번에 맹세코 진짜!)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소화시킨답시고 냅다 세븐업도 한 모금 들이켰고, 곧 신호가 왔다.

"끄으윽~"

시원한 소리에 만족감을 느끼며 이번엔 앞에 놓인 양파링을 공략했다.

'튀김은 건강에 안 좋은데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

남편도 동감인 듯 쉴 새 없이 양파링을 집어 드신다.

정신없이 앞에 놓인 음식에 탐닉하다 보니 이거 우리가 다 먹을 수 있을까? 했던 건 기우였음이 잠시 후 드러났다.

거의 다 해치웠고, 내 몫 중 감자만 조금 남았을 뿐!

우린 만족했고, 이젠 소화를 위해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걷자고 합의를 봤다.

해서 그곳에서 '쁘띠뜨 이탤리'(Petite Italie)까지 걷기로 했다.

든든하게 입은 덕에 추위는 별로 느낄 수 없었고, 생-로랑(Blvd Saint-Laurent)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어가는데 반대편 풍경이 꽤 멋져 보였다.

잠시 후 생전 처음 가보는 동네, 공장이었던 듯 보이는 건물과 고가도로 아래 터널을 지나는데 이번엔 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그라피티로 뒤덮인 그곳에서 왠지 모를 힙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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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0_151127.jpg 산책 중 구경하게 된 '크리스마스 카페' 데코레이션이 꽤나 현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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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늘 가던 동선과는 정반대로 '쁘띠뜨 이탤리'에 도착해 우리가 즐겨 찾는 향신료 가게에서 주전부리를 구입한 뒤 우린 늘 가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아포가토와 카페라테를 주문해 마시고 있는데, 난데없이 바깥에 경찰차들이 즐비했고, 오며 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나 또한 바깥으로 나가보니 경찰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람! 무슨 사건이라도 일어난 건가?'

다소 의아했는데 조금 있다 검은색 차량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게 보였다.

높으신 분들이 행차하는 듯 보였고, 역시나 곧 차량 통제가 풀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역시나 집에 돌아와 확인해 보니 스웨덴 국왕내외가 캐나다, 퀘벡 방문 중이었는데 그 차량 행렬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일탈의 연속이었던 듯싶다.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즐겼고, 가보지 않던 길에서 힙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했고, 수많은 경찰차를 구경하며 스릴까지 느꼈으니 말이다.

한 마디로 일탈의 짜릿함으로 범벅이 됐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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