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맛알못일까?
어제 남편과 모처럼 외식을 했다.
몬트리올 '쁘띠 이탤리' 지역에 있는 이탤리 파스타집이라고 남편이 소개했다.
남편 왈 메뉴는 별개 없어 보이지만 크레딧이 좋고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 했고, 난 별 이의 없이 남편을 따랐다.
우린 지하철역에서 내려 온통 회색빛인, 다소 을씨년스러운 거리 풍경을 관찰하며 그곳으로 향했다.
막상 식당에 도착해 문을 열자 높은 하이체어에 기다란 테이블로 겨우 8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좁디좁은 공간을 보고 의아스러웠다.
정식 레스토랑 같아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테이크아웃 가게 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뭐랄까? 많이 애매한 정체성을 소유한 곳?
자리에 앉자 바로 몇 미터 앞으로 주방 내부가 훤히 다 보였다.
뭐지? 이것도 하나의 컨셉?
잠시 후 우린 따로 메뉴는 없다는 웨이트리스의 말에 따라 벽에 붙은 칠판에 적힌 메뉴를 바라보면서 뭘로 결정할까 고민에 빠졌다.
분명 남편이 구글에서 찾은 걸 보여줄 때만 해도 시금치가 들어간 라비올리가 보였는데 보이지 않았고, 따로 설명이 없어 불편함이 느껴졌다.
일단 남편은 간고기가 들어간 파스타를 주문했고, 난 치즈와 버무린 뇨끼를 주문했다.
그때부터였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내 안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건.
곧이어 남편이 안티파스토로 야채절임을 하나 주문했고 곧 등장했는데, 이건 가격에 비해 너무 량이 적어 보여 쓴웃음이 삐져나왔다.
그리고 설상가상 음식이 나왔을 땐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여기만 그런 거야? 아님 이탤리 사람들이 워낙 조금 먹는 거야? 이거 뭐지?'
그야말로 초등학생이 먹을만한 량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짜긴 왜 이렇게 짠 건지~
아무리 매일 새롭게 직접 만든 파스타를 사용한다고 해도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의자도 불편했고, 그 이전엔 레스토랑 규모가 옆에서 하는 말이 완전 다 들릴 정도로 좁아 폐쇄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발작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라는 점도 그랬고, 가격에 비해 량이 너무 적은 것도 그랬다.
후다닥 먹어치우고 혹시 하는 기대감으로 티라미슈를 주문했는데, 다행히 그건 량이 적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역시 가격은 사악했다. 가성비로만 따지자면 한 마디로 빵점!
우린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그곳을 떠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남편이 하는 말
"저 코딱지만 한 가게에서 코딱지만큼 먹은 게 100불이라고?"
난 그 말을 확인하기 위해 계산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파스타 2개가 각각 25달러, 다해서 열 개도 안 돼 보이는 야채절임이 6달러, 티라미슈 13달러 총합은 69달러지만 세금 15%가 붙어 79.33달러이고 팁(보통 15%부터 시작하는데 그곳엔 18%부터 시작이라 그걸 눌렀다고 남편이 말했다!)까지 더해져 91.75달러란다.
조금의 과장을 보태 100불 값어치가 있느냐를 놓고 봤을 때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어이없는 외식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 남편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떤 곳이라 사람들이 그렇게 좋다고들 했는지 한 번쯤은 꼭 와보고 싶었으니까 이걸로 됐어. 이젠 끝!"
나도 다신 이곳을 올 이유가 없지만 그곳을 떠나면서 본 광경에 더 어이가 없어졌다.
식당에서부터 남편이 언급한 것도 있고 코딱지만 한 가게 옆에 제법 여유롭고 좀 더 팬시해 보이는 레스토랑이 붙어 있는데 차려진 음식이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왜 저렇게 넓고 편안한 좌석을 두고 우린 그 좁디 좁은 곳에서 불편하게 음식을 먹어야 했을까?
같은 음식이라도 가격이 다를까? 아닐까?'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난 이탤리 음식 맛알못이라고 하자. 파스타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남편 반응이 저 정도면 이 가게 정말 문제 있는 거 맞겠지?'
정신승리를 위해 이렇게 결론내고 그 시점부터 모든 걸 털어내기로 했다.
그리고 곧바로 우리가 좋아하는 향신료 가게로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