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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갓 Mar 24. 2023

리시안셔스

 요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나도 그와 비슷하게 변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 말이 와닿았다. 그러다 문득 리시안셔스가 떠올랐다.

 나는 꽃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꽃 선물은 입학이나 졸업 때 기념사진 촬영용으로 받아본 게 전부고, 연애를 할 때도 꽃 선물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 5년 전 리시안셔스라는 꽃을 알게 되었다. 살면서 무심결에 몇 번 본 적이 있던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외형에 큰 특징이 있지는 않았다. 장미나 튤립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해바라기처럼 특이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무난한 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시안셔스의 꽃말을 듣고, 나는 그 꽃에 꽂혀버렸다. '변치 않는 사랑'

 아마 나의 어쭙잖은 연애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영원한 사랑은 왠지 거짓말 같고, 불타는 사랑은 언젠가는 식어버릴 것만 같은데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말은 나의 진심을 정확하게 표현해 주었다.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할 때 나를 믿어 달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어느 순간엔가 느낄 수 있도록.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외적으로는 오다가다 길에서 한 번 정도는 봤을 법한 평범한(지극히 주관적 일지 모르겠지만) 외모를 가지고 있다. 물론, 내가 '무난하다'라고 건방지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 리시안셔스는 나와는 다르게 결혼식 때 부케로 쓰일 만큼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처음 본 리시안셔스는 꽃말이 무색하게 일주일 만에 처참하게 시들어 버렸다. 그때는 '이게 뭐야, 꽃말만 번지르르한 거야?'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리시안셔스는 시들고 나면 드라이플라워로, 때로는, 그 존재는 사라져 버리지만, 선물한 사람의 '마음'으로 변치 않는 사랑을 계속해서 드러낸다. 내가 때로는 시큰둥함을 표현한다고 해서 내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리시안셔스를 선물할 일이 생겼다.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그냥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콩닥 거리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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