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과학의 시대다. 인간은 과학 덕분에 인간의 DNA 염기서열 모두 풀어 나타냈고, 이제는 인간 그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뇌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 A가 연설을 시작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만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집권하면 과학기술 관련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하겠습니다."
그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후보 B가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한다고 해보자. "종교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만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집권하면 종교 발전을 위해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하겠습니다."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장대익, p12
두 후보 중 과연 누가 이 승부에서 이길 것 같은가? 이 연설이 정말 중요한 연설이었다면, 아마도 높은 가능성으로 후보 A가 승리했을 것이다. 사실 두 연설은 과학기술이라는 단어를 종교로 바꾸었을 뿐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모두가 과학기술 덕분에 우리가 발전했고, 앞으로 과학기술이 우리의 미래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종교 덕분에 이렇게 발전했다고 한다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과학은 21세기에 압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 과학은 수많은 학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과학적'이라는 단어는 힘과 믿음을 가진다. 반대로 '비과학적'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과학적이 아닌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굉장히 부정적인 느낌을 가진다. 그렇다면 대체 과학은 어떻게, 무엇이 다른 학문과 다를까?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로, 과학자들이 생산한 지식의 내용을 이해한다. 둘째로, 과학의 성격을 이해한다. 이 메거진에서는 주로 둘째, 과학적 지식의 성격을 이해해 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과학철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한 과학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1. 과학이란 무엇인가?
가장 먼저 과학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학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 무엇이 과학이고, 무엇이 과학이 아닌지. 과학을 다른 분야와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 그 기준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2. 과학은 왜 이렇게 성공적인가?
과학혁명기 이후 과학은 놀라운 성공을 만들어 왔다. 자연현상들 사이에 숨겨진 원리를 밝혀내고 통합적인 설명의 제공했으며 그 덕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조작적 능력이 압도적으로 향상되었다. 대체 어떠한 이유 때문에 다른 수많은 학문들과 달리 과학만이 홀로 압도적인 권위를 가질 수 있었을까?
현재까지 가장 높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과학만의 독특한 탐구 방법인 귀납법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3. 어떻게 이렇게 높은 수준의 의견 일치를 보이는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과 대조했을 때 과학은 학자들이 비교적 비슷한 형태의 공통된 의견 일치를 보인다. 다른 학문들과 달리 과학은 근본적 수준의 논쟁과 불일치를 찾기 어렵다. 해결해야 할 문제의 목록이나 적합한 실험 기술 등에 대한 의견이 일치한다.
이것 역시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과연 어떻게 수많은 학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의 합의가 존재할 수 있을지 알아볼 것이다.
4. 과학은 정말 실재를 기술하는가?
이 의견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서로 상반되는 주장이 존재한다. 한 주장은 과학적 실재론으로 알려진 과학은 우리 세계의 실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거나 최소한 거의 근사적으로 참이라는 주장이다. 둘째는 과학은 세계를 설명하고 예측하고 조작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 그것이 세계의 진정한 모습을 기술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 두 가지 주장의 근거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고, 나아가 이 두 가지 주장이 과학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볼 것이다.
우리는 정말로 과학의 시대, 과학의 혜택을 입으면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과학의 시대에 살게 되었는지, 과학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