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지식 중 현재 가장 중요하고 높은 권위를 가진 지식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과학이 다른 지식들과 달리 현재 압도적인 성공을 누리고 있는 것은 귀납적 탐구 방법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지식은 5가지의 원천 (지식을 얻는 통로)에서 비롯된다. 앎의 대상은 세계이다. 개념적 구분을 위해 철학자들이 인위적으로 구분을 해 놓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지식들은 여러 가지 지각의 원천을 통해서 함께 얻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을 이 5가지 통로를 통해서만 얻는 것이라기보다는, 표준적으로 철학자들이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5가지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1. 지각 (perception)
주로 감각 경험을 의미한다. 5가지 감각(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통해 얻는 지식. 특히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는 통로에 해당한다.
지각적인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지식은 확실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즉 오류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각이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을 통하는 대체로 신뢰할만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내가 판단 내용과 외부 세계 자체가 다르다.
2. 내성(introspection)
나의 내적 상태를 들여다보는 일을 말한다. 갈증을 느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갈증을 느낀다고 스스로 인지하게 되었는가? 어디가 아프다면 어떻게 그 부위가 아프다고 알 수 있는가?
내성과 지각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내성에 의한 앎은 확실성을 보장한다. 아래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환상 사지 증후군(Phantom limb syndrome) : 내성의 앎의 대상이 외부세계에 대한 앎이 아니다. 이 앎은 심적 내부 상태에 대한 앎이다. 적어도 왼손에 통증을 느낀다. 주관적으로 가지는 그 느낌만은 참이 확실하다.
회의주의자가 있다. 그 사람은 하늘이 파랗다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내성을 통해서 말한다. "내게는 적어도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 하늘이 파랗다는 것은 증명을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게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는 내성은 증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내성적 믿음은 토대론 이론에서 기초적 믿음의 후보다.
3. 기억
인간의 대부분의 지식은 기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기억은 과거에 획득한 지식을 보유하는 능력. 이를 통해 나아가 현재와 미래의 사실, 나아가 추상적 사실에 관한 것을 배울 수 있다.
Q. 아침 식사를 했습니까?
네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Q.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기억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Q. 휴대폰 번호?
현재 나의 휴대폰 번호를 기억한다.
Q. 기말고사 날짜?
미래의 기말고사 날짜를 기억한다.
역시 기억은 오류 가능하다. P라고 기억하나 P를 기억하는 게 아닐 수 있다. P'를' 기억하는 것과 P'라고'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기억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다른 지각이나 내성에 의해서 얻어진 지식을 통해서 기억이 형성된다. 이것이 과연 지식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원천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느낌 때문에 이런 착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원천은 일종의 지식의 통로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어떠한 지식을 현재 어떻게 획득했는지 그 방법을 알아낼 때 쓰이는 것이다.
4. 이성 (Reason)
개념적으로 참인 진술 혹은 수학 및 논리학의 진술에 대한 지식 등이 포함된다.
총각은 결혼하지 않는 남자다. 총각과 결혼하지 않은 남자는 논리적으로 동치이기 때문에 이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수강은 휴강을 하거나 휴강을 하지 않는다. 이 말은 무조건 참이다. 발화자의 권위를 믿고 진술이 참임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명제는 논리적 관계(배중률) 때문에 무조건 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때 개념적 참은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 그 개념을 알아가는 과정은 이성적 과정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감각이나 증언 혹은 내성 등을 통해서 얻어진다. 우리가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 중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추론'이다. 이 연역적 추론이 바로 논리적 관계로 인해 얻어진다.
선험적(a priori) 지식: 경험 독립적인,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지식.
좁은 의미의 경험은 지각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선험적 지식은 내성에 의한 지식, 이성에 의한 지식, 기억에 의한 지식이 있다.
넓은 의미의 경험은 지각, 내성, 기억 모두를 포함한다. 그런 경우 선험적 지식은 이성에 의한 지식을 말한다.
5. 증언 (Testimony)
누군가가 알려줘서 알게 된 지식은 모두 증언에 해당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운 대부분의 지식은 증언에 의해서 배운다. 어떤 학생이 12 나누기 4는 3이라는 것을 선생님이 알려주셔서 배웠다. 앎의 과정에서 이성적 과정이 개입되지 않는다면, 이는 이성이 아니라 증언이다. 쉽게 말해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의 단순한 형태의 암기는 이성이 아닌 증언이 된다.
증언은 앞선 지식의 원천들과는 차이가 있다. 다른 4가지 지식의 원천들은 인간의 독특한 능력에 기반한다. 감각능력(지각), 반성 능력(내성), 기억능력(기억) 그리고 인지적, 직관적 능력(이성)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증언 관련한 독자적 인지 능력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증언에 의해 지식을 획득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진술 p를 통해 지식을 획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을 발전시키는 지식의 획득은 위의 5가지 방법으로 얻기 어렵다.
유레카 모먼트: 직관, 이성을 통해서이다. 이성은 굉장히 논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칼 포퍼는 falsification을 주장한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