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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hae Sep 26. 2022

하루에 하나씩 버립니다 - 3일 차. 캐리어를 버리다

스무 살의 짐은 캐리어 하나로 충분했다

버리는 건 내가 가장 못하는 일이다. 미련이 많아서 해외여행을 가면 맥도날드에서 받은 현지 케첩까지 가져오곤 했으니까. 60일 동안 하나씩 버리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보려 한다. 버린 것에 대해 에세이를 쓴다는 아이디어는 문보영 작가의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를 참고했다.




3 . 캐리어를 버리다


서울에 처음 왔던 스무살 무렵, 나의 짐은 캐리어 하나에  담길 정도로 적었다. 캐리어 중에서도 작은 축에 속하는, 지마켓에서  핫핑크 색상의 캐리어였다. 대학 입학을 기념해서 옷을  샀는데도 캐리어 하나에 짐이  들어 갔다.


겉에서 보면 평범한 가방인데 열어 보면 커다란 초원도 있고 호수도 있는 뉴트 -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 주인공 -  여행 가방이 떠오른다. 핑크색 캐리어 안에서 스무 살의 서울살이가 쏟아졌다.


시간이 지나고 캐리어 하나면 충분했던 짐이  하나를 채울 무렵, 오년 만에 처음으로 이사를 했다. 대학가 원룸에서 높은 언덕에 있는 다가구 주택으로. 바퀴벌레가  자주 출몰하는 낡은 주택으로 화장실이 몹시 추웠지만 방이 한 칸에서  이 됐다. 이삿짐은 승용차 번을 왕복해야  정도로 불어나 었다.


다음 이사 때는 용달 트럭이 필요해졌고,  다음 이사 때는 용달 트럭과 친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한때 나의 모든 짐이 담겼던 핑크색 캐리어는 서너 번의 이사를 함께 했고  박스 하나 정도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부산과 제주도, 일본으로 여행도 다녀 왔다. 그래선지 너무 많이 낡아 버린 캐리어를 10 만에 버리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여행을 갈 때도 짐이 많이 늘어서 더 커다란 캐리어를 장만한 지도 수년이 지났다.


다음 번에 집을 옮길 때는 캐리어에 꾹꾹 짐을 눌러 담지 않고 포장 이사라도 맡길  있을까. 언젠가 지금 사는 집도 캐리어 하나 정도로 추억할  있을 만큼 괜찮고 넓은 집에 사는 날도 오려나. 아직은  요원해 보이니 당분간은 서울 시내를 조금  굴러야겠지. 나의  캐리어처럼. 스무살을 맞아 산 캐리어를 서른살에 버리는 기분이 이상해서 조금 슬펐다.


캐리어 버리는 방법


캐리어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대형 폐기물로 신고해야 한다. 지자체 이름 + 대형 폐기물을 검색하면 수거 신청 사이트가 나온다. 모바일로  간편하게 수거 신청이 가능하다. 버리고 싶은 물건을 선택하고 버릴 장소를 입력, 대금을 결제하면 . 집에 있는 청소기와 다리미  고장난 집기도 수거해 주기에 이참에 같이 대문 앞에 내놓았고 며칠 뒤에 깔끔하게 수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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