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질문지와 인터뷰를 기획하는 10가지 팁
정치인과 유권자를 연결해서, 유권자가 우리 동네 정치인의 지지 그룹이 되게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며 다양한 리서치 방법론을 시도했다.
정량 설문 조사부터 가상의 제품을 만들어 진행한 비대면 사용성 테스트, 핵심 유저를 만나서 진행한 디자인 워크숍, MVP와 가까운 형태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진행한 사용성 테스트까지. 약 3개월 동안 리서치 경험도 없고 전담 부서도 없었지만 많은 유저 리서치 후기와 전문가 팁을 들으며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터뷰 과정을 설계하기 위해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얻었던 팁 가운데 인터뷰 전 과정에 활용할 수 있는 에센스만 추려 봤다. 특히 지금 1) 인터뷰 질문지 만들기와 2) (비)대면 인터뷰를 준비하는 시작 단계에서 도움이 많이 됐던 팁들이다.
아래에는 클래스101에 있는 김창준 님의 정보 수집 대화법 클래스를 들으며 메모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여기에 다 담을 수 없는 대화 스킬까지 풍성했던 강의라서, 인터뷰를 잘 준비하고 싶다면 꼭 시청해 보길!
인터뷰 준비 과정에서 이를 통해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릴 건지 정하지 않으면 전반적인 만족도 조사를 하기 쉽다. 일반적 경향을 파악하는 만족도 조사와 의사 결정에 필요한 확실한 힌트를 얻기 위한 유저 리서치는 다르다.
리서치의 첫 과제는 어떤 정보를 얻어야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목표를 정하는 거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의 꼴을 정하려면 1) 평소 어떤 경로로 정치인을 확인하는지 2) 어떤 정보를 제공하면 얼만큼 자주 들어 올지 3) 어떤 순간에 피드백이라는 상호 작용이 일어날지 4) 정치인에게 내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가 있어야 했다.
이렇게 핵심 줄기를 잡고 인터뷰를 구상했다. 첫 인터뷰 질문지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기존의 서비스를 알게된 경로, 이 과정에서 이루고 싶었던 목표 등 기존 경험에 대한 질문이 대다수여서 의사 결정 목표를 분명히 하는 일이 이후에 진행된 인터뷰 방향을 다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하루를 어떻게 보내세요?’라는 질문에 답변해 보자. 그러면 ‘어제는 어떻게 보내셨어요?’라는 질문에 답변해 보자.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 다를 거다. 인터뷰에서 유저는 무심코 더 멋진 답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저가 보내는 일상 시간에 대해 더 진실에 가까운 것은 후자의 경험이다. 인터뷰 준비 과정에서 핵심 스킬을 딱 하나만 남긴다면 실제 행동 데이터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은 반드시 경험에 기반해 물어봐야 한다. 평소 정치 기사를 얼마나 자주 보느냐고 물었다면 이번 주에는 언제 어떤 경로로 봤는지 물어야 한다. 평소 여행 계획을 어떤 순서로 세웠는지 물었다면 가장 최근 여행에서 계획을 세운 방법을 추가로 물으면 좋다. 만약 두 답변 사이에 간극이 크다면 인사이트로 활용하기 어려운 답변일 수 있다.
새로운 기능에 대한 반응을 물어 보기 위해서는 대안이 있는지 질문을 구성해 보면 좋다고 한다. 이 기능이 꼭 필요하다면 유저는 어떤 방법으로는 대채제를 이용하고 있을 거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어떤 방식으로 이미 하고 있는 사람이 서비스 기획에 가장 큰 도움을 줄 핵심 유저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분들 가운데는 지역구 정치인 정보를 알고 싶어 네이버에 매일 OO시장, OO구 의원 등을 검색하는 분이 있었고 핵심 피처를 구상하는 디자인 워크숍에 모시게 됐다.
정량적, 정성적 인터뷰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팁이다. 여름에 낮은 물에 일단 발을 담그면 허리까지 담그는 것도 쉬운 것처럼, 쉬운 답변으로 참여도를 높이면 비교적 난이도 있는 질문에도 끝까지 답하게 된다. 특히 정량 설문에는 처음부터 생각이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빠르게 예, 아니오나 객관식 항목으로 구성된 질문부터 하면 좋다.
객관식에서 주관식, 경험에 대한 질문부터 주관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자. ‘평소에 어떤 방법으로 지역구 정치인 정보를 얻는지‘를 먼저 묻고 ’잘한다고 느껴지는 정치인은 어떤 사람인지‘를 뒤에 묻는 식이다.
이와 같은 구성으로 약 8000명에게 이메일 정량 설문을 보내 꽤나 긴 질문인데도 불구하고 10% 넘는 답변을 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메일 오픈 - 설문 확인 - 답변 완료라는 단계를 거쳐야 했는데도 말이다.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질문지 안에서의 넛지 방법은 다음에 다뤄 보려 한다.
이건 내가 가장 예상치 못한 팁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은 망가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클래스101 강의에서 가장 크게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실제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전화나 비대면, 오프라인 인터뷰는 일단 시작하면 상대의 반응과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터뷰이가 오늘 하이 텐션에 기분이 좋다? 나도 같이 신이 나야한다. 인터뷰 대상이 차분한 사람이라면 내가 너무 과장된 리액션을 하거나 지나치게 다가가는 것은 오히려 긴장도를 높인다. 내가 가면 조용하게 머리만 하시던 미용실의 디자이너 님이 텐션 높은 고객을 대할 때는 전혀 다른 태도였던 데 이유가 있었던 것!
그리고 내가 너무 멋진 문장을 구사하며 질문하면 상대도 조리 있고 멋진 표현을 쓰는 데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니 상대 앞에서 ‘어, 아 …’ 하고 망설이거나 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프로페셔널처럼 보이지 않을 거라는 우려는 접어 둬도 좋다.
인터뷰를 진행하면 당연히 편하지 않다. 진행하는 나도 어느 정도 긴장하고,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을 직접 만난 유저도 어색하긴 매 한가지. 평소 우리에 대한 경험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 부정적 감정을 담아 말할 수도 있고, 오는 길에 무언가를 잃어버려 기분이 좋지 않아 인터뷰 답변에 소홀하게 될 수 있다.
그럴 때는 사실대로 꺼내어 두는 게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금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이 시간이 뭔가 완전히 편하지 않으신가요?’ 같은 말을 하면 오히려 상대도 자신의 태도를 점검하게 된다. (다만 이 부분은 오해 없이 소프트하게 전달하기 위해 표현법이 중요해서 연습이 필요하다!)
인터뷰는 원하는 답을 끄집어 내기 위해 일방적으로 묻는 시간이 아니라 상대의 텐션과 반응, 대화의 깊이를 계속 한 걸음 밖에서 메타 인지하며 과정을 설계해 나가는 과정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질문지를 세세하게 완성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질문에 많은 공을 들이면 그대로 잘 읽는 데만 집중하게 되어서다. 이 스킬은 첫 직장에서 명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대표님을 따라갔을 때 알려 주신 팁이기도 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을 체크리스트 형태로만 담아 두고, 실제로 진행할 때는 내가 만든 순서와 무관하게 답변 내용이나 순서에 맞추어 질문을 하되 답변이 된 항목에는 체크를 한다. 그리고 내가 봐야 하는 건 질문지를 구성하는 문장이 아니라 아직 체크되지 않은 항목뿐이다.
리소스가 부족한 상태에서 고민했던 건 인터뷰 기록이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팀에 공유되는 거였다. 그래서 인터뷰에는 꼭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하되, 한 사람은 인터뷰를 진행하고 한 사람은 인터뷰이가 하는 말과 비언어적 제스처를 최대한 빠짐 없이 기록하게 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내용을 잊기 전에 바로 1) 기존에 알았던 사실 2) 새롭게 알게된 사실 3) 다음 질문에 반영할 것을 나누어 랩업하는 과정을 거쳤다. 리소스가 부족한 상태라면 세 가지 질문만 해도 좋을 거다. 이 과정을 통해 바로 다음 인터뷰를 더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인터뷰 단계마다 완성도도 높아진다.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같은 팀에 있더라도 각자 더 믿는 가설이나 생각 경로가 있어서 유저의 특정한 인터뷰에서 내 생각과 닮은 부분을 강조해서 생각하기 쉬워서다.
이 부분은 서비스를 그리고 고도화 하는 단계에서 찾게 된 거지만, 인터뷰는 정답이 아니다. 실제로 인터뷰 결과를 가지고 서비스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데이터와 직관을 동시에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핵심 경험은 유저가 말해 주지 않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의 원칙과 기회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하는 거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프레임 워크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우리의 원칙이 더 중요하게 작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