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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을 구피처럼 한다면

다이어트에 대한 나의 깨우침

by 에뜨랑제

요즘은 누구나 미니멀리즘을 꿈꾸는 추세이다. TV에서 한 때 집정리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남의 집 살림이지만, 마법처럼 전문가의 손길로 집이 말끔해지는 것을 보며 나도 분주히 집안 정리를 했었다. 여행을 가는 이유도 정돈되어 있는 호텔에서 마냥 쉬고만 싶은 현대인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리라.

그래서인지 집에 있는 공간을 넓힌다는 명목 하에 추억이 있는 물건을 쉽게 버리곤 한다. 누가 말했던가. 만져서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려야 한다고. <정리의 기술>을 쓴 곤도 마리에가 떠오른다. 다이어트도 이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과거에는 퉁실한 사람이 인물 좋다고 칭송받았으나, 지금은 누가 봐도 체지방이 거의 없는 구석기시대의 몸을 선호한다. 이제는 신체마저도 꾸준히 정리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띠리링

핸드폰이 반가운 소식을 알렸다. 지인이 참여하는 정원 박람회가 시작되었다는 것.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참석하는 행사이다. 첫날부터 행사장에 들려 정원사들의 작품을 눈에 담았다. 정원 관련 업체 부스에서는 5월에 피는 꽃들로 만발이었다. 화려함을 뽐내는 장미, 수국, 백합을 비롯한 꽃나무에 다육이, 침엽수, 과실수, 모종, 이끼, 수경 식물 등과 다채로운 정원 관련 아이디어 상품을 구경했다.


어, 그런데 이건 뭐지?

눈에 익은 식물인 스파트필름이 네모난 어항에 들어있고 그 안에 작은 물고기들이 유형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예전에도 수경식물은 많이 봐 왔지만, 물고기가 같이 공생하고 있는 환경은 처음이라 내 눈길을 끌었다.


"어, 신기하네요. 물고기들이 안에서 잘 자라나 봐요."

"아, 네. 신기하죠? 물고기들이 안에서 배설을 하면, 그중 질소 성분을 이 수생 식물이 빨아들여 물을 정화해요."

"물고기들이 잘 사나요?"


나는 그 작은 생물이 날렵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신기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잘 살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였다.


"구피라는 물고기인데, 제법 생명력이 강해서 잘 적응하고 살아요."

"사고 싶기는 한데, 왠지 작은 생명들을 데려가는 거여서... 좀 걱정이 되네요."


업체 관계자는 망설이는 나에게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하루에 한 번 귀이개 스푼 정도로 밥을 주면 되고, 물은 한 달에 한 번 갈아주면 된단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 무해함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구피들의 몸놀림에 내가 반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구피들은 우리 집에 왔다. 처음에는 수조에 수돗물을 붓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그 아이들은 우리 집 물이 자기들에게 잘 맞는지 이후에 움직임도 매우 활발해졌다. 녀석들이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우리 집구석구석을 보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오후에 귀이개로 한 스푼 밥을 털어 넣었다. 아이들은 밥냄새를 맡고 작은 알맹이를 잘도 찾아 먹었다. 밥을 먹고 난 후에는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처럼 날쌘돌이가 된다. 깊숙이 다이빙을 하는 가 하면, 식물 뿌리 사이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각자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피들을 관찰하다 보니 이래서 물멍, 불멍이 있는 거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구피들은 깨어있을 때는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러다 밤이 되고 거실 불을 끄면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지면서 잠을 잔다.


그렇구나. 많이 움직이고 적게 먹고 잠을 잘 자는 것.

구피처럼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저녁부터는 간헐적 단식을 쭉 하는 거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고 루틴이 되려면 무단히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귀여운 친구들이 온몸으로 나에게 가르침을 준다.

게다가 스파트필름이 있는 구피의 집은 정말이지 단출하고 미니멀하다. 미니 화산석과 하얀 돌이 몇 개 있는 인테리어라니.. 정말 트렌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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