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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결산의 계절이 왔다

예, 결산의 계절이 왔다.         


      

아침 일찍 대구서 출발했다. 가을 안개 사이로 몽환적 풍경이 몇 시간째 스치고 있다.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하자니 출장인가 여행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필그림하우스에서 2025 전략 기획 리더십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다.

가평은 처음이다. 처음인 곳이 많다. 북한강 줄기를 따라 소박하지만 서정적인 마을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아침을 지났다.     


몇 시간 동안 모니터에 가득한 숫자들을 보면서 ‘점점 시력에 문제가 깊어지는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각 사업장의 결산과 평균율을 비교해가며 화면 가득 여러 색깔의 빽빽한 숫자가 마이크를 통해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어느 순간 숫자로 밖에 표시할 수 없는, 숫자로 판단되어 지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 아늑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 지나온 삶은 어떤 숫자로 표시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이와 대출금과 자산과 남은 노동의 시간, 그러한 숫자들이 얼핏 스친다.

정확한 결산만이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인데 지난 시절에 대한 결산이란 게 정확하기가  너무 어렵다.          


2025년도 예산 계획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선행되어야 할 것은 2024년의 결산이다.

지나온 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다면 그 이후의 계획이란 게 의미가 없다.

형식적인 공허한 목표가 될 뿐이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여전히 모니터에는 새로운 숫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복잡하지만 단순한 보고들 너머로 이미 해가 지고 어둠이, 아름다운 산등선 위로 별들이 내려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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