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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학자 설규을 Jun 26. 2024

"동화가 되어버린 방탈출 예능"

정종연의 추리예능 <미스터리 수사단>, <여고추리반3> 을 보고

미스터리 수사단, 여고추리반3 스포 주의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시작한 "미스터리 수사단"을 봤다. 추리예능, 방탈출 예능 일명 "머리 쓰는"예능을 잘하는 정종연 PD의 작품이었다. 나도 정종연 PD의 작품을 본게 데빌스 플랜과 여고추리반1을 봤다. 몇 주전부터 여고추리반3를 봤고, 일주일마다 나오는 여고추리반3를 기다리면서 여고추리반2도 몰아서 봤다. 여고추리반2에서의 빌런 "선우경"의 상징이 여고추리반3 마지막에 나오는게 정말 대박이었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머리 쓰는"예능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탈출도 같이 보고 그랬다. 

정종연 PD, 출처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183521H

그렇게 보는 눈을 기르고 나니, 최근에 끝난 여고추리반3와 미스터리 수사단은 실망이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여고추리반, 출처 : https://www.tving.com/contents/P001754831

여고추리반 시리즈는 다섯 명의 전학생이 특정 여고에 전학을 간다. 일반적인 흐름은 이렇다. 5명의 전학생들은 "추리반"을 만들려고 하고, 첫 째날에 특정 사건이 발생하고 그걸 전학생들이 목격한다. 그런 후에 추리반을 개설하고 부터 학교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는데, 그러면서 특정 사건은 큰 사건의 일부임이 밝혀진다. 그렇게 흑막과 사건의 심각함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마지막에는 그걸 세상에 알리면서(보통 "브리핑"이라고 한다) 끝난다. 


이번 여고추리반3는 초중반에 이끌어가는 힘은 좋았다. 양궁부의 학교폭력같은 문제에서 시작하여 도박장이 되어버린 메타버스, 그걸 빌미로 매혈을 하게 만드는 프로세스가 유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사건이 커지는 과정에서는 재미를 느꼈으나, 클라이막스를 지나고, 사건을 정리하고 세상에 알리는 과정은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엔

방탈출 예능이 동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탈출하겠지, 잘 해결하겠지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부터는 예능은
흥미를 잃어버리고 지루해진다.


동화란 주인공이 어떻게든 일을 해결하고 원래 있던 공간(주로 마을이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여고추리반시리즈에서 아무리 위기를 닥쳐도 "동화"같다고 생각을 하니, 마지막화는 지루하기만 하다. 그저 엔딩이 어떻게 끝나는지 보단 마무리 장면을 본다에 의의를 두면서 봤다. 

마지막화를 보면서 : "어떻게든 해결하겠지, 어떻게든 탈출하겠지."

미스터리 수사단, https://www.msn.com/ko-kr/news/other/%EB%AF%B8%EC%8A%A4%ED%84%B0%EB%A6%AC-%EC%88%98%EC%82%

최근 방영한 <미스터리 수사단>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리즈는 3화짜리 (약 2시간남짓) 스토리를 두 번 올린 시리즈이다. 6화인데, 생각보다 볼륨이 빈약하다. 이렇게 빈약한 볼륨에는 심지어 어디선가 본 듯한 시나리오가 많았다. 특히 첫 번째 스토리인 1~3화는 비밀 종교단체, 악마소환, 그리고 빌런에게 보내는 최후의 일격 등등 익숙한 포맷이 많았다. 긴장감이 많이 부족했고, 출연진도 골고루 캐리하는게 아니라, 몇 명에게 의존하면서 가는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몰입하기엔 많이 어색한 시나리오였다. 일상 속에서의 공포가 아니였다. 

두 번째 스토리인 4~6화는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잠수함 시나리오는 일단 몰입하기 좋은 환경을 잘 만들었고, 그 환경안에서의 상호작용또한 어색하지 않았다. 특히 함교에서 양쪽 물과 공기의 비율차이로 인해서 잠수함이 기울어지는 것은 짜릿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동화를 벗어나지 못 했다. 마지막에 괴물이 쫓아와서 함교로 도망치는 것은 좋았다. 그러나 "포탈"로 가기 위해서 함교에서부터 나와서 이산화탄소 소화기로 괴물을 무력화 시키면서 나아가는 모습은 역시 이 시리즈가 동화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단 한명도 희생되거나 낙오되지 않는 모습이 전체적인 시리즈의 긴장감을 없앴다. 나는 여전히 생각하는게, 미스터리 수사단의 두 번째 스토리에서 반전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여봐라, 비상격벽 닫아라."하는 반전을 기다하게 만들었는데.. 출처 : https://www.netflix.com/kr/title/81731720
괴물이 쫓아올때, 맨 앞에 선 카리나가 갑자기 "여봐라, 비상격벽 닫아라."하면서 의도적으로 나머지 인원들을 괴물에게 희생시켰으면 어땠을까? 그런 카리나는
 사실 흑막이었고 말이다.  

이런 동화같지 않은 반전이 있었다면 더 흥행하고 시즌2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스터리 수사단의 시즌2를 나는 기다리지 않는다. 


주인공들도 선하고, 그들 중에서 단 한명도 희생되지 않고, 무조건 탈출하는 예능이 방탈출 예능, 추리예능의 현 주소이다. 반전없이 나아가기만 하면 동화랑 다름이 없다.

잔혹동화가 아닌 이상, 동화는 성인을 위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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