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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두고 화장실 갈 수 있는 치앙마이 카페

치앙마이(26)

by 모네

유럽에 갔다 오면 한국은 귀중품 두고 화장실 갔다 올 수 있는 안전한 나라라는 자부심이 생긴다. 요즘 치앙마이에선 랜턴 축제가 열려서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간 필리핀 아줌마가 같이왔으면 좋았을걸 하고, 보고 싶다며 영상을 보내줬다.


치앙마이에는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있을만한 카페들이 많고, 가기 전에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꼭 공유 오피스 같은 데를 가지 않아도 카페에 와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또 붐비지는 않고 몇 명 없어서 쾌적하고 좋다. 한국처럼 아주 편하게 맘 놓고는 아니고 약간은 신경 쓰며 화장실에 다녀왔지만(그래도 외국이니.. + 발리에서 초 안일하게 다니디가 핸드폰 털린 기억,,ㅠㅠ) 불안한 적은 없었다. 손님들도 있고 영어가 잘 통하는 직원들도 있고.


아줌마랑 갔던 카페도 떠오르고 치앙마이도 떠오르던 차에, 두 달 동안 공부하면서 좋았던 치앙마이 카페 8곳을 소개해 드릴까 한다.



Addict cafe


마야몰에서 걸어서 3분 거리? 쯤에 있는 곳인데(마야몰 사거리 횡단보도는 정말 무진장 파란불이 안 켜져서 더 걸릴지도 모름) 몇 자리 없는 곳이지만 자리마다 발아래 전기 꽂는 데가 있다. 그냥 지나갈 때는 카페인지도 몰랐는데 안에 들어가니 인테리어도 예쁘고 직원들도 밝고 친절하다.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초콜릿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스웨덴에서 먹은 케이크 클라드카카처럼 쫀득하고 진한 생초콜릿 같은 케이크인데 즉흥적으로 케이크를 하나 먹어볼까, 하고 보다가 직원이 no flour라고 하길래 오, 그럼 죄책감이 덜하지! 하고 하나 달라고 했다. 너무 맛있어서 갈 때마다 시켜 먹는다.




Mars


화성에 온 것 같은 이곳의 장점은 아침 일찍 열고 밤늦게까지 연다는 것이다. 치앙마이 카페들은 5-6시에 닫는 곳이 많아서 늦게 하루를 시작하면 애매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밤 11시에도 여는 곳이 있다니. 집에 돌아올 때쯤 알게 되어 아쉬웠다.


노트북 코드 꽂을 데도 많고 사진 찍기에도 예쁜 곳. 사진을 흐린 눈으로 보면 어디 요르단 페트라나 캐년 같은 곳에 온 것 같다. 어두운 곳에선 공부하기 어려워서 결국 밝은 자리로 옮겼다. 규모가 커서 컨셉 장소마다 구경하기에 너무 재미있다. 음료 가격은 다른 곳보단 아주 약간 비싸다.




Still coffee & Life


이 사진 뷰 하나로 기분 좋아지는 카페.


주중에 갔더니 손님이 나뿐이었다. 내가 자주 가던 와로롯 시장에서 조금 걸어 내려오다 보면 있는데 그냥은 절대 찾아가기가 어렵다. 하노이에서 숨어 있는 카페들을 찾아갈 때처럼, 을지로의 인쇄소 골목 안 낡은 건물을 올라 올라갈 때의 기분은 약간 나지만 막 허름한 쇼핑몰 같은 데를 지나쳐 걸어 올라가는 길은 그리 재밌진 않다. 이런 건 간단하게 슉-하고 나와야 과정도 재밌는데 이 길이 맞나 싶게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거기서도 어두컴컴한 불 꺼진 곳을 지나서 도착했다.


의자는 오래 앉아있기에 약간 불편하고 커피를 안 마시는 나에겐 마실 음료 종류도 제약되었지만 너른 인더스트리얼 공간에 가구들도 느낌 있고 뷰 사진을 보면 한 번씩 꼭 가볼 만한 곳!




BOB coffee


음료도 저렴하고(대신 좀 인공적인 맛이 났다) 공간도 예쁜 이 카페는 산티탐 지역에 있어서 바이크를 타고 갔다. 입구를 지나 들어가면 빈티지한 건물에 더 큰 공간들이 나온다.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온다. 주황 주황하게 브랜딩한 포인트 색이 예쁘고 앉을자리도 다양하다. 현지 학생들이 많다.




Ombra cafe Nimman


옴브라 카페에는 laptop-friendly라고 쓰여있다. 노트북 전원 꽂을 자리가 많고 사람들이 다 노트북 하고 있어서 독서실마냥 조용하다.


산티탐 지역에 있는 옴브라 카페도 가봤는데 여기가 더 그린그린하니 예쁘다. 코코넛 nectar 워터 맛을 알게 된 곳!




블루커피 치앙마이대학교 농대점


학교 안에 있어서 아무래도 현지 학생들이 대부분인 곳인데 커피 맛이 좋고 독서실 분위기인데 열린 공간이다. 여럿이 가야 넓은 자리도 앉을 수 있고 자리도 잘 안 빠진다. 와이파이가 2시간만 사용가능한데, 1인 자리여도 그래도 금방 나서 앉았다. 블루라떼? 를 마셨는데 맛있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라 한국 가격만큼 비싸다. 나는 오트밀크에 디카페인으로 했더니 7천 원가량 나왔다. 밥값이 2천 원대인데..


치앙마이 대학교 안의 널찍하고도 한적한 캠퍼스를 구경할 수 있고 나무 건물도 아름다워 이 공간을 좋아한다. 밖에서 보기에도 안에서 보기에도 아름다운 공간! 현지 학생들이 많아서 공부하다 잠깐 둘러보면 진짜 치앙마이 속에 들어온 것 같아서 재밌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열기도 분위기가 좋다!




Create Things in Light Brown


님만해민 속 골목에 있는 곳인데 한 번밖에 안 가본 곳이지만 직원도 친절하고 공간도 예쁘다! 작은 신생 호텔의 힙한 로비처럼 인테리어를 너무 감각적으로 꾸며놔서 화보 촬영을 해도 될 것 같다. 1,2층으로 자리가 많다.



Fohhid



의자가 불편하고 공간도 좁고 햇빛이 눈부셔서 오래 앉아 있기는 힘들었지만 뷰가 너무너무 예쁜 곳. 도저히 사진에 다 안 담긴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뻥 뚫린다. 계속 깜빡거리는 카페 이름의 네온사인도 감각적이고 빈티지하다.


카페를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유럽의 오래된 엘리베이터처럼 생겨서 느리고 아날로그적이다. 찾아가는 과정의 스토리가 재미있어진다. 건물 꼭대기에 도착하면 뻥 뚫린 산 뷰가 보이고 자신만의 세계로 둥둥 떠있는 것 같은 유리로 된 컨테이너 공간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좁은 공간이지만 바처럼 되어 있고 통창으로 뷰를 볼 수 있도록 창문 쪽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커피 머신, 집기들이 또 서울에 있을 법한 그런 세련됨과는 색다르다.


이곳의 크래프트 콜라가 맛있어서 또 갔는데 품절이었다. 시나몬 향이 나는 수제? 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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