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퍼커피바 2호점, 함께 무르익는 공간
고르고 고른 곳 06.
[고르고 고른 곳 06]
방이동 프로퍼커피바 2호점 @propercoffeebar
함께 무르익는 공간
프로퍼커피바의 2호점은 여러 번 와봤다. 첫 방문은 서울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로 기억한다. 서울로 온 게 마냥 신나서 버스로 갈 수 있는 거리라면 마다하지 않고 좋은 카페를 찾아다녔던 시기이다. 인천 사람으로서 이 동네는 연례행사 같은 곳인데, 그런 동네를 버스 한 번이면 갈 수 있었으니 매서웠던 1월의 겨울바람이 끄떡없게 느껴질 만했다.
2호점은 특이하게도 카페가 오래된 아파트 단지 중심에 있다. 그래서 지도를 보고 걸어갈 때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이 공간은 주위 동네를 닮아서 따뜻하고 빈티지한 느낌이 많이 난다.
2년 전 첫 방문 이후로 오랜만에 와보니 공간과 동네가 함께 무르익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생뚱맞은 곳에 카페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들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조금씩 부식된 벽타일과 언제 가지치기했는지 모를 무성한 식물, 책 한 권 들고 나와 커피를 마시는 동네 사람들까지.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장면 속 요소들이 꼭 알맞은 느낌이다.
두 달 후면 나는 인천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다음에 방문했을 땐 또 어떻게 이 동네와 공간이 함께 무르익어 있을지,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송파구 오금로 31가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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