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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팅베터 Jan 18. 2021

호텔에 머문다는 건

도시의 밤 풍경을 뒤로한 채

작년 이맘때 여행을 마무리한 것으로 기억한다. 코로나 인해 생활이 이렇게 바뀔지 몰랐다는 게 1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 우리가 앞을 그렇게 잘 내다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잦은 여행으로 삶의 활기와 생각의 전환을  많이 겪었던 나로서는 그 1년이라는 시간이 삶의 정체를 가져다 주지는 않았는지 걱정을 해본다.  여행보다는 잠시 외출 위주였고, 한 번씩 호텔에서 머문 기억이 전부다.


올해도 주말을 이용하여 호텔을 이용하였다.  금요일 오전 업무를 간단히 마무리하고 가방에 종이책 두 권과 전자책 한 권을 챙기고 아내와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여행을 즐기는 우리 부부이지만 한동안 바깥활동에 제한이 많아 기분전환 겸 호텔에 머 무기로 하였다. 남들은 호캉스라고 하겠지만 우리에겐 호캉스 외에 다른 의미도 부여하였다.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장소가 바뀌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기에 , 중요한 결정이라던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세울 때 집이 아닌 또 다른 장소가 좋은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일을 할지 얘기도 해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하였다.


물론 호텔에서 제공하는 음식과 부대시설을 이용하면서 그동안 못 누렸던 호사를 누렸다. 그렇지만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생각하기보다는 나의 가치를 그 기준에 맞추니, 나의 능력과 자질을 그 기준에 따라가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미래의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책에서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익히 알고 있듯이.


호텔에 머무른다는 건 미래의 목표에 대한 시각화보다는 미래의 목표에 이미 도달한 것 같은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그 목표에 도달했다는 그 기분을 유지하고 상기하면서 앞으로 발전된 나의 모습을 미리 보는 것이다.  와인을 마시고 일찍 잠이든 아내를 바라보며 호텔 책상에 앉았다. 도시의 밤 풍경을 뒤로하고 책을 읽었다. 집에서 읽는 책, 도서관에서 읽는 책, 서점에서 읽는 책, 카페에서 읽는 책과는 다른 느낌이다. 지금까지의 책 읽기가 미래를 대비한 현재를 위한 책 읽기였다면, 호텔에서의 책 읽기는 미래를 이미 내려다본 현재의 책 읽기처럼 다가왔다. 한참을 읽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등 뒤의 도시의 밤 풍경이 낯설지만은 않다.


호텔에 머무르면서 여러 사람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꾸미지 않아도 일상적인 삶처럼 머무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와 같이 가끔씩 들러는 장소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일상적인 삶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어떤 내공이 보이는 건 왜일까.  단지 부를 더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얼굴에 여유와 미소가 묻어있다.


상상하는 것보다, 시각화하는 것보다, 직접 체험이 나에게 더 직접적으로 앞으로 나의 목표와 세부 계획을 세우기 위한 동기부여가 더 잘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조건은 있다. 무한정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러워하는 열등감을 무기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동기로 하기보다는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삶을 누리기 위한 준비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방하고 배우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것이 되도록 하고 싶다. 물론 노력은 하지 않고, 그들이 누리는 것을 따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노력과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동기부여 차원에서 그들과 같은 생활을 해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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