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대신 애플 워치를 선택했던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1년에 150권 넘게 책을 읽는 나에게, 도서관 없이 서평단 활동만으로 그 양을 채운다는 건 쉽지 않다는 걸.
나는 주로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서평단 모집D을 확인하고, 신청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
활동이 늘어나면 선정 기회도 많아질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점점 흥미가 없는 책들까지 신청하는 나 자신을 보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도서관을 이용해도 되지만,
신간은 아직 입고되지 않았거나 내가 원하는 책은 대출 중일 때가 많았다.
결국 도서관에서도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책을 읽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중 변화가 느껴졌다.
서평단 모집의 중심이 어느새 네이버 블로그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것이다.
기존 출판사들조차 블로그보다 인스타 공식 계정을 통해 서평단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어떤 출판사는 아예 블로그 채널을 접고 인스타그램으로 전면 전환하기도 했다.
대세가 인스타그램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출판사의 '손절'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나는 부랴부랴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다.
나의 첫 인스타그램은 ‘독서 계정’이었다.
대부분 내가 읽은 책이나 서평단을 통해 받은 책을 기록 삼아 올리는, 말 그대로 ‘기록용 계정’이었다.
운영이라기보단 서평단 신청 시 참고 자료가 되길 바라는 창구에 가까웠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블로그는 블로그대로, 인스타는 인스타대로 운영해왔다.
사실 두 플랫폼 모두 이웃이나 팔로워가 많지는 않았다.
인스타 계정은 개설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팔로워는 150명 남짓.
팔로워에 대한 욕심도 없었고, 인스타그램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계정에서 댓글 하나가 달렸다.
"서평이 꼼꼼하고 길어서 놀랐어요."
팔로워 155명인 내 계정에 그런 반응이 있다니, 신기했다.
‘그럼 저 계정은 얼마나 정성스럽게 서평을 쓸까?’ 궁금해져서 들어가 보았다.
그 계정은 팔로워도 많았고, 게시물마다 하트 수가 상당했다.
‘서평을 얼마나 잘 쓰길래 이렇게 반응이 좋을까?’
하지만 막상 내용을 읽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서평의 퀄리티는 보통 이하였고, 특별한 점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로워 수와 하트 수가 마치 그 서평이 뛰어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착시현상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고민했던 ‘서평의 퀄리티를 어떻게 높일까’라는 질문이,
어쩌면 방향이 잘못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