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스한 보고를 만드는 강력한 무기
사무관 3년 차 무렵, 소속기관에 발령받아 6개월가량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소속기관장은 무섭기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새로운 곳에 출근 전까지 제 걱정도 한가득이었습니다.
마침내 마주한 그분의 첫 얼굴은 꽤나 단단해 보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꼬장꼬장함'도 물씬 느껴졌습니다. 저는 기관장의 관심이 큰 국회 관련 업무를 맡게 되어 그분에 대한 보고를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그분에 대한 보고는 늘 긴장되는 일이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 보고를 들어갈 때마다 눈을 크게 뜨고(원래도 눈이 크지만^^;) 웃으려고 애썼습니다. 그 덕분인지 모르지만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깨지는'일은 없었습니다.
6개월간의 시간이 지난 뒤 저는 다시 본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로부터 얼마뒤 그분이 마련한 저녁자리에서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다시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분이 하셨던 말이 기억납니다.
"ㅇㅇ이 저놈은 보고를 들어오면 뭐가 좋은지 늘 웃고 들어오니 내가 깰 수가 없더라고"
역시, 당시 웃으며 보고에 들어갔던 것이 무난한 보고에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과장이 되고 보고를 받기도 하고 하기도 하는 위치에 서보니 그분이 하셨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여유 있는 모습으로 웃으며 보고를 오는 직원들의 모습에선 신뢰감이 느껴집니다. 반면에 잔뜩 움츠려 보고서를 들고 오는 직원들은 뭔가 미덥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깐깐한 질문이 많아질 수 있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보고를 하는 사람도 긴장을 하겠지만 보고를 받는 사람도 긴장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혹시, 문제가 생겨서 해결이 필요한 보고는 아닐까'하는 불안함도 늘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웃는 표정으로 찾아오는 직원들의 얼굴을 보면 안도감이 듭니다. 마음이 놓여서 편한 마음과 자세로 보고를 받게 됩니다.
보고를 하는 위치에 있기도 한 저 역시, 보고를 위해 국장, 실장실의 문을 두드릴 땐 의식적으로 '웃상'을 만듭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가급적 웃는 얼굴로 약간의 자신감을 더 챙겨 보고 하러 가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