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휴대폰 개통 (Feat. 캐나다 통신사)

by 이직요정

한국에서 캐나다 워홀 신청을 위해 이태원 비자 센터에 지문 등록하러 갔다가 캐나다 선불 유심을 무료로 받았다. 그래서 휴대폰 개통은 크게 신경 안 쓰고 있었다. 안 쓰는 공기계에 미리 캐나다 유심을 넣어놓고 꺼두고 있다가 캐나다에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켰고, 다행히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기계가 캐나다에서 켜진 시점에서 한 달 동안 데이터 30GB와 한국으로 국제전화 1000분이 지원되는 쿠도(Koodo)라는 통신사의 선불 유심이었다. 나는 무료로 받았지만, 한국에서 유심을 배송받아 가져갈 수도 있다고 한다. 연장을 하고 싶으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원 등록을 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한 달간은 이걸로 잘 썼는데, 전화 영업에 넘어가서 번호도 바꿀 겸, 후불 요금제로 변경하게 됐다. 비슷한 조건인데 선불 유심보다 10불이 더 싼 월 $30의 요금이라고 했었는데. 첫 달 요금이 $300이 넘게 나왔다. 글을 쓰는 지금도 한숨이 나오는데, 상세 내역을 보니 내가 한국으로 건 전화에 요금이 매겨져 있는 거다. 분명 상담원이랑 얘기할 때 내가 한국으로 무료 전화 1000분 옵션을 넣어달라고 했었고, 상담원도 알았다고 했다. 근데 추가된 옵션에는 무료 통화 국가에 한국은 쏙 빠져있는 게 아닌가!!


쿠도는 텔러스(Telus)라는 대형 통신사의 저가 브랜드인데, 그래서 그런지 상담도 무척 불편하게 되어있다. 따지려고 서비스센터 번호를 찾는데,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온다. 하는 수없이 채팅 상담에 들어갔는데, 이것도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질문 리스트에서 정해진 질문 중 하나를 골라 클릭만 하면서 의미 없는 기계적 답변을 받다가, 막판에 전화 상담 예약을 하겠냐는 질문이 나왔다. 통화할 시간을 고르면 그 시간에 전화가 온다고 한다.


다행히 지정된 시간에 전화는 잘 걸려 왔다. 내 상황을 설명하고, 나에게 부과된 국제전화 비용에 대해서는 지불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분명히 이전 상담원에게 "한국"으로 전화할 거라고 했고, 이미 내가 쓰고 있는 옵션이었고, 상담원도 알았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근데 일개 상담원이 환불 관련해서는 권한이 없다 보니 계속 딴소리만 한다. 한국으로 무료 전화 옵션은 $10 추가하면 된다는 둥,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3번이나 권유받았다. 그래서 명확하게 내가 원하는 건 국제 전화로 나온 비용을 내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처음엔 $41의 크레딧을 제시하다가 내가 한숨 쉬니까 최종적으로 $60의 크레딧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여기까지 45분이 걸렸다. 더 이상 통화할 기운도 없어서 일단 알았다고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캐나다에서 이런 경우가 많나 찾아보니 다들 뒤통수 문지르면서 부득부득 이를 갈고 있는 경우가 꽤 있었다. 아주 상습인 듯하다. 대부분의 영업 사원이 상품 팔기에 급급하고 책임은 잘 안 지는 모양이다. 그러다 알게 된 것 하나가 한국 방통위와 같은 캐나다 기관인 CCTS였다. 여기에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하면 보통 잘 해결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사이트에 가서 민원을 넣었다. 민원 접수가 되었다는 메일이 오면, 5일 안으로 추가 자료를 첨부해서 회신할 수 있다. 회신을 하지 않고 5일이 지나면 접수한 내용을 토대로 진행이 되는데, 바로 담당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이 그쪽에서 바로 환불을 해주겠다고 해서 크레딧으로 돌려받았다. 생각보다 빠르고 깔끔한 처리에 만족스러우면서도 왜 진작에 이렇게 해주지 않았는지 허탈한 마음도 조금 들었다.


덧붙여 우리나라 3대 통신사가 있는 것처럼 캐나다 통신사도 3대 통신사가 있는데, Rogers(Fido/Chatr), Bell(Virgin/Lucky), Telus(Koodo/Public)가 그것이다(괄호 안은 각 회사의 저가형 브랜드다). 이 중 내가 쓰고 있는 텔러스가 가장 평이 안 좋다. 요즘 블랙프라이데이 주간이라 특가 요금제들이 나온다는데 알아보고 괜찮은 게 있으면 바꿀 예정.


원래 쓰던 유심은 주니어가 이어서 쓰고 있는데, Koodo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전화번호를 바꿀 수도 있다. 근데 새로고침 할 때마다 무작위 번호가 3개씩 나오고 그중에 선택하는 거라 마음에 드는 번호 나올 때까지 무한 새로고침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고, 지나간 번호는 다시 만날 수 없다.


웰컴 투 캐나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4화초등학교 등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