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은행 계좌 개설하기

by 이직요정

캐나다에도 수많은 은행이 있던데 아직까진 어떤 은행이 좋고 나쁜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집 근처에 은행이 두 개가 있기에 그중 좋아하는 색깔의 로고의 은행을 선택했다. TD 은행인데, 토론토 어쩌고의 약자라고 얼핏 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 토론토에 가서도 쓸 수 있겠지!


여권 등 필요할 것 같은 준비물을 챙겨서 오전에 은행을 방문했다. 은행이 꽤나 한산했다. 창구에도 직원이 한 명 밖에 없고, 대기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언제 가도 바글바글한 한국의 은행과는 정반대의 풍경에 당황스러웠다. 창구 직원과 눈이 마주치니 어떤 일로 왔냐고 묻는다. 그래서 계좌를 개설(open account) 하고 싶다고 했더니 예약을 했냐고 묻는다.


'아, 캐나다는 대기표가 아니라 예약을 하는 시스템이구나.'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러면 바로 업무를 보기는 힘들다면서 예약을 잡아주겠다고 했다. 스케줄표를 확인하고는 오후 두 시는 어떠냐고 묻기에 좋다고 했다.


오후 예약한 시간에 다시 방문을 하니 오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좀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도 사람이 있길래 2시에 예약을 했다고 말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안쪽에서 담당 직원이 나왔다. 그러고는 나를 본인 사무실로 데려갔다. 뭔가 신기했다. 복도를 따라 개인 사무실들이 쭉 있었고, 예약을 한 사람은 그 안에서 업무를 보는 식이었다. 대단한 VIP가 된 기분이 들었다.


계좌 개설을 위한 준비물은 여권, 비자, SIN 번호다. SIN 번호에 관해서는 지난 글에 쓴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이다. 은행에서 SIN 번호는 요구할 줄은 몰랐는데, 캐나다 사는 친구가 그것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캐나다 오자마자 만들어놓길 정말 다행이었다. 또 왔다 갔다 할 뻔했네.


직원이 주는 서류를 작성하고 준비물을 건네고 나니 잠시 기다리라며 사무실을 떠난다. 한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계좌 계설 증명 서류와 데빗 카드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카드 비밀번호 여섯 자리를 설정하는데, 매번 카드를 쓸 때마다 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잘 기억해야 한다.


담당 직원은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무척 친절하게 대해줬다. 그러다가 은행 앱도 있으니 나중에 사용해 보라고 했는데, 나는 국가번호 82의 민족답게 이미 은행 앱을 설치해 둔 상태였다. 오전에 가입해 보려다가 막혀있는 상태였는데, 이때다 싶어서 꺼내 들었다. 직원의 도움으로 앱 로그인도 일사천리로 끝냈다.


마지막으로 은행 프로모션도 설명을 해줬는데, (2024년) 12월 말까지 기준 금액을 예치하면 현금을 준다고 했다. 한참 지난 나중에서야 거래 내역을 확인하다가 실제로 이벤트 현금이 들어와 있던걸 보게 됐는데, 그게 들어온 줄도, 바로 학비로 나간 줄도 몰랐던 게 웃겼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뭔가 엄청 이득 본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이렇게 계좌 계설이 완료되고, 한국에서 가져온 캐나다 돈뭉치를 은행에 넣고 싶다고 하니, 이번엔 창구로 가야 한다고 했다. 직원을 따라 간 창구엔 줄이 좀 있었지만, 나는 담당 직원이 빈자리로 오라고 해서 바로 입금을 할 수 있었다. 통장은 따로 없고, ATM이나 앱/웹을 통해 거래내역 및 잔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을 마지막으로 은행 업무가 모두 끝났다. 은행 앱도 잘 되어있어서 굳이 은행 갈 필요 없이 웬만한 일들은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은행 방문 예약도 로그인 없이 앱에서 할 수 있게 해 놨다.


이후에 은행에 간 적이 한 번 더 있는데, 앱을 쓰다가 비밀번호 5회 오류로 락이 걸린 거다. 계좌 개설 시 입력한 핸드폰 번호로 인증 번호를 받으면 락을 풀 수 있는데, 내가 또 핸드폰 번호를 바꾼 상태였다.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예약하고 가야 하나 앱을 보는데, 내가 원하는 업무는 리스트에 나와있지 않아서 그냥 무작정 은행으로 갔다. 그날은 창구에 대기 줄이 좀 있는 상태여서 한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신분 확인을 데빗 카드를 기계에 꽂고 비밀번호 입력으로 하는 게 신선했다. 아무튼 락도 풀고, 바뀐 핸드폰 번호로 정보 변경도 하고 무사히 업무를 마쳤다.


+추가 정보:

캐나다는 송금을 할 때 계좌번호가 아닌 e-transfer에 등록한 e-mail 주소를 사용한다. 앱에서 사용하고 싶은 이메일을 인증하면 간단하게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다. 돈을 주고받을 일이 있을 때 계좌번호가 아닌 메일 주소를 묻는다는 게 무척 신선했다.


+팁:

은행에서 주소 증명 서류도 뗄 수 있는데, 운전면허 교환이나 헬스케어 등록을 할 때 등 주소 증명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필요하면 떼 두는 것도 좋겠다. 나는 집 계약서를 주소 증명 서류로 쓰다가 이제는 주소가 찍힌 캐나다 운전면허가 있어서 굳이 은행 서류는 필요 없긴 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7화운전면허 교환 및 헬스케어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