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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ᴍ] 나의 슬취생 (12)

by 달그림자



No.2_RM



잘하지도 못하는데 꼼수로 이렇게 하고 있다는 자책. 끝없는 연습이 필요한 일을 시시덕거리며 하고 있다는 죄책감. 진지하게 제대로 하고 엄격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 ‘곧잘’ 하지만 ‘잘’ 하지는 못하는 것들의 목록은 점점 길어졌다. p61


어디로 가는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물을 주고 볕을 준 데에 보상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를 배울 때에도 그렇게 배웠다. 해피 엔딩 새드 엔딩이 중요한 게 아니고, 다만 항상 진전시켜야 한다고. 전통적인 내러티브를 파괴하는 작품을 다루는 수업을 들을 때에도 내러티브가 아닌 무언가, 그게 형식이 건 감정이건 간에, 무언가는 반드시 진전되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전 페이지가 이 페이지와 정확히 똑같은 내용일지라도 그 반복은 읽는 이의 마음속에서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데에서 기인한 진전을 일으킨다. 어디로든 가기는 가야 한다. p.108


우리가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장면에 옷을 때 나는 살 것 같다. 네가 내 얘기를 듣고 웃음을 터뜨릴 때 나는 살 것 같다. 이제는 세상이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네가 날 보고 웃으면 그걸로 나는 살 것 같다. 그런데 네가 나를 보고 웃지 않으면 아마도 나는 죽을 것 같다. p.152


왜냐하면 나는 잘 알고 있다. 너의 외로움도 내 외로움처럼 이름이 없다는 것을. 연애를 못 해서인지, 친구가 필요해서인지, 권리가 침해당해서인지, 존재가 지워져서인지.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외로움. 그런 외로움은 몰아 내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만 아는 적당한 이름을 붙여주고, 가까이에서 길들일 일이라는 것을. p.199



‘연애와 술’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제가 좋아하는 문장들이에요 마음이 공허할 땐 책 속을 유영하며 공허한 안락감을 느끼는 방법으로 저를 위로하곤 해요.


이 노래는 11번째 녹음 곡이었는데 취미로 시작한 노래가 어느샌가 22번째 녹음까지 와버렸네요, 어제오늘 또는 근래에 나를 와르르 무너지게 했던 일들이나 만일 지독히도 꽉 막힌 공허한 감정으로 어두움의 바닥에 서 계시다면, 위 문장들과 보잘것없는 작은 목소리와 가사가 제가 그랬듯, 나의 친구분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며 주절주절 기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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