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ᴇᴘ. 106 말의 그림자

[어떤 날의 기록]

by 달그림자






올바르게 듣기 위해서는 귀보다 마음을 돌아봐야 한다 씨앗을 품는 땅처럼 비옥한 마음인지 아니면 가시가 자라나 선한 마음이 닿기도 전에 해치고 있는지 좋은 마음을 좋은 모습으로 받아들여야 할 텐데 항상 마음처럼 되진 않는다 그런 흉하고 날카로운 날들이 있다


가끔 편지를 쓴다 대부분은 받는 사람을 정해두지 않고 쓰는데 쓰다 보면 꼭 한 사람이 떠오른다 결국엔 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로 끝나곤 한다 예전엔 그게 동경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 시간이 분명 사랑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그때는 분명 사랑이었던 것 사랑이었던 사람 그런 시간이나 사람은 흔하지도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겨울이었고 파도였고 눈이었던 사람


긴 글을 여럿 쓰고 고치고 또 써보려다가 문득 생각했다 지금은 작은 글을 써야겠다고 아주 작고 짧고 보잘것없는 글을 그래서 메모장을 열고 이런저런 것을 적었다 그 글은 이런 내용이다 더위와 추위가 붙어 있는 날이다 그것은 분명 말이 안 되지만 또 말이 된다 이해할 수 없지만 여기 분명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랑과 슬픔처럼 사랑과 붙은 슬픔은 있을 것 같지도 있어서도 안 될 것 같지만 여기저기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분명 있었다 함께 있지 않아서 슬펐고 그래서 사랑을 했던 것처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