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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온 Nov 02. 2024

나 유튜브 할 거야

나는 유튜브 호소인이었다.

어떤 계기로 유튜브를 시작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간간히 받는데 너무 오래전에 한 결심이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마냥 가벼운 결심이었던 건 확실하다. 


유튜브에 내 일상 브이로그도 올리고, 노래 커버도 올려야지. 그래서 유튜브 짱이 되어야지.


하지만 가벼운 결심은 입에만 남을 뿐 몸을 움직여주진 않았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말버릇처럼 유튜브 할 거라고 말했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그저 유튜브 호소인에 불과했다. 말로만 유튜브를 호소하다 큰 마음먹고 카메라를 사기까지 몇 년씩이나 걸렸다. 하이마트에 가서 카메라를 구경하고, 직원에게 추천을 받아 80만 원 넘는 카메라는 수납공간에 고이 모셔두기만 했다. 카메라를 내 방에 전시한 채로 시간은 또 흘러갔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일상은 내가 봐도 지루하기만 했고, 심지어 약속도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촬영 소재로 삼을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취미라곤 웹툰을 보는 것뿐인데 웹툰을 보며 음흉하거나 흐뭇한 미소를 짓는 얼굴을 보며 누가 좋아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웹툰 리뷰 영상은 어떨까. 열심히 촬영해서 올렸지만 조회수는 공들인 정성에 비해 나오지 않았다.


뭘 찍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약속이 있을 때 기회가 되면 영상을 찍어 올렸다. 그렇게 뒤죽박죽 주기가 형성되었다. 때론 몇 개월에 1개, 때론 1년 만에 영상을 업로드할 때도 있었다.


겨우 모았던 구독자가 152명.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구독자가 1,078명으로 껑충 상승해 있었다. 이틀 뒤 7,930명. 그다음 날엔 11,062명. 기적 같은 일이었다.


11,777명까지 찍은 후 다시 10,285명이 되어버렸을 땐 무슨 생각을 했더라. 아마 유튜브로 성공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미련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상에 담아 올렸다. 그게 2024년 무더웠던 여름.


그리고 브런치 작가 권유를 구독자분께 받은 2024년 가을. 

51,673명 구독자를 두고 있는 나의 5만 구독자 유튜브 기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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