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길 바라는 악몽일지 (1)
나는 비슷한 악몽을 꾼다. 주로 쫓기는 꿈이다. 배경은 학교. 좀비, 혹은 괴물들이 학교로 들어올 때 도망친다. 몇 번은 자각몽처럼 되어서 괴물이 학교로 들어올 걸 예지하고 미리 선수쳐서 도망을 시도한 적도 있다. 그때 결말이 어떻게 됐더라. 내가 바라던대로 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얼마 전에도 쫓기는 꿈을 꾸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자각몽이었다. 배경은 고등학교. 평범하게 친구들과 돌아다니던 나는, 무언가 학교로 들어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도망가야 해. 제발 내 말 좀 믿어줘. 제발 우리 숨어야 해. 몇 명은 내 말을 믿고 나와 함께 움직였고, 몇 명은 믿지 않았다. 믿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없이 잔잔했으니까.
난 친구들을 데리고 교실에서 나와서 학교 제일 꼭대기층으로 가 아무도 안 오는 교실에 들어가 숨었다. 문을 막기 위해 허겁지겁 교실에 있던 의자와 책상을 끌고 교실 앞문과 뒷문을 막았다. 미친 사람마냥 움직이는 나를 보고 겁먹은 친구들은, 말했다. 왜 그래. 괜찮아? 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설명하려는 순간, 학교 정문으로 엄청난 기척이 느껴졌다. 빠른 속도로 학교로 들어오는 괴물들. 운동장과 급식실에서 이제 막 나왔던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학교 안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된 웅성거림. 친구들은 창밖을 보며 멍하니 서있있다. 마치 꿈이라고 착각하고 싶은 것처럼.
괴물들이 학교 건물로 들어왔다. 아래에서 비명소리와 큰 굉음들이 들려왔다. 난 급히 애들의 몸을 숙이게 만들었다. 괴물들이 지나가다가 교실로 들어오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괴물이 우리가 숨어있던 교실을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학생이었다. 구름다리를 타고 옆 건물로 도망치는 학생.
잠시 고민한 나는 그들을 따라 구름다리로 향했다. 그곳엔 대피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남았을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