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10 네 성적과 너는 같지 않아
너와 네 성적은 분명히 같지 않은데, 나의 실패와 낙오는 다 내 탓같아
S# 05 너의 성적이 너의 가치가 아니야
________수업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 나
________전화 벨소리 울리는
________휴대폰 화면에는 '실버'라는 글자 떠 있다.
________통화 버튼 밀어내는 손가락
나________ 여보세요, 끝났어?
실버(F)_____(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쌤.
__________고사장에서 나왔어요. H대 정문 쪽이에요
나________ 근데 왜 이렇게 목소리가 시무룩 해.
실버(F)_____(완전 풀 죽은 목소리) 너무 못 본 거 같아요...
나________ (달래듯) 왜애애~
실버(F)_____글씨도 엉망으로 쓰고 글도 이상하게 쓰고...
__________아무튼 다 틀려먹은 거 같아요.
나________ (차분한 목소리) 열심히 했지?
실버(F)_____그건 그렇죠
나________ (더 차분해진) 최선을 다 했어?
실버(F)_____네.
나________ 그럼 된 거야. 수고했어요.
실버(F)_____......
나________ 정말 고생했어요. 얼렁 가서 쉬자.
실버(F)_____....... 네
나________ 실버, 쌤 수업 들어가야겠다. 집 가서
__________ 도착했다 @톡 해! 끊는다, 뿅!
________강의실에 들어온 골드, 시무룩한 얼굴.
________유원지 직원처럼 두 손 흔들며 밝게 인사하는.
________휴대폰 화면, 메일 알림. 열어보는 손가락.
________'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문구 보이는.
________휴대폰 엎어놓고 학생 얼굴 쳐다보는 나.
골드_______죄송해요, 쌤.
나________ (의아) 왜?
골드_______ 너무 못 봤어요... H대.
나________ (의아) 뭐가.
골드_______시간단축해서 시간 모자라진 않았는데
__________ 마무리를 너무 이상하게 했어요.
나________ (의아) 근데?
골드_______ 마무리를 너무 이상하게 했어요.
나________ (의아) 그래서?
골드_______ ...네?
________오히려 의아해져서 나를 쳐다보는 골드.
________모르겠다는 표정을 풀지 않는 나.
나________ 긴장 안 하고 연습보다 결과좋은데, 왜.
골드______ ...네???
나________ 잘했잖아! 근데 뭐가 더 필요해?
__________ 갔다 오느라 고생했어.
수업시간 내내
'잘했어, 수고했어, 고생했어' 하는 말을
아주 분명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해주었다.
처음에는 D대 기출도 못 했잖아. 근데 그것도 쉬워졌고, 목표 올렸잖아. 그래서 애초 생각하던 학교보다 더 상향으로 지원했고! 그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건데. 그러니까 계속 내가 어려운 지문 들이밀고 숙제도 많이 주는 거 아니겠어? 할 실력이 없거나 할 마음이 없거나 둘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레벨업 된 어려운 지문 숙제로 안 줘. 넌 다 하고 있잖아?네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왜 못한것만 생각해애. 잘 하는 거, 열심히 한 결과가 눈 앞에 있는데. 넌 정말 잘하고 있어! 네가 하는 거 백개면 99개 잘하고 하나 못하는 거야. 근데 그 하나만 계속 생각하며 자책하는 거지. 그러지마.
같은 대학교에 시험 보러 갔다 온 아이들이
연달아 못한 것만 늘어놓는다.
잘하고 있다는 말만 늘어놓고 수업을 마쳤다.
아이는 내 말 믿고 환히 웃으며 돌아갔다.
내 시야에서 아이가 사라진 후
내 얼굴의 가면은 벗겨졌다.
꺼 놓은 휴대폰 화면을 켜니 끄기 직전에 보고 있던 화면이 보였다.
상급반 진급에 떨어졌다는 통보였다.
나도 그랬다. 못 한 것만 생각한다.
못한 것만 생각하는 아이에게 충분히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하지만, 못 믿는다.
나 역시 그렇다. 머리는 안다.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오늘 하루
나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너에게 하며 내가 듣는다.
처음 만났을 땐 어른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던 고딩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이가 되어간다.
아이가 되어 내 말을 철석같이 믿고
웃으며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본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처럼 아이로 돌아가서 믿지도 못한다.
재능, 노력, 행운, 기회...
아무것도 믿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가 모자라 그런 것만 같다.
떨어졌든 붙었든 결과는 네 몫이 아니야.
해 본 것만으로도 충분해.
시도 할 생각을 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실행에 옮긴 것만으로도 정말 잘 한거야.
너희들은 믿어. 이건 정말 진실이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