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의 하이틴 콘텐츠는 다 열여덟일까?
"기억해 복도에서 떠들다 같이 혼나던 우리 둘
벌서면서도 왜 그리도 즐거웠는지 알았어"
이 모든 기획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하이틴'
하이틴은 크게 3부작으로 나눠서 소개하려 한다. 사실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아서 카테고리화 시키는 게 어려웠다. 처음에는 그냥 대백과로해서 모두 소개하려 했는데, 그러다 보면 끝도 없이 앓고 있을
나의 모습이 훤해서 일단 간단하게 나누어 보았다.
시작은 최근에 방영했던 하이틴 드라마들이다. 이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한참을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대사 한 줄마다 헉하고 가슴을 부여잡았다. 시간 날 때마다 클립을 돌려보며 되새기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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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작품을 선정하고 공통점을 둘러보니, 모두 18살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왜 한국의 하이틴은 열여덟일까?, 고민하게 되더라.
17살 고1 때는 사실 아직 고등학교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나이이다.
우정, 연애, 입시, 공부 그냥 다 현실감 없이 붕 떠있는 느낌의 시간들인 것이다.
그에 반해 19살, 한국의 고3은 고민할 시간이 없다. 학교를 벗어날 시간도 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자습하고 그저 중간중간 친구들과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것이 고3의 삶 그 자체이다.
주인공들처럼 학교 밖을 나가기엔 왠지 '드라마' 속이라도 죄책감이 느껴질 것 같다.
그런데 고2, 열여덟. 고등학생이라는 역할에 적응할 만큼 했고
이제 대충 진로도 대학도 정해야 하는 나이인 것 같다.
중2병 때와는 다른 느낌의 혼란스러움이 밀려온다.
다들 환한 청춘이라는 두 글자 뒤에 저마다의 고민을 한 움큼씩 껴안고 있다.
그렇게 어떤 때보다도 유치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가장 어두울 수도 있는 그 시기를
열여덟로 정의할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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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오지 않을 그 순간을 그리며 드라마를 돌아보도록 하자.
우리의 열여덟처럼 순서는 단-짠-단-짠이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
무엇하나 자유롭지 않은 만화 '비밀'의 세상 속에서
볼품없는 설정 값에 묶여 있는 두 사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정해진 운명을 거슬러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랑에서만큼은 주인공이 되고 싶은, 꿈 많은 열여덟 살 단오와 하루의 첫사랑 사수 대작전
(MBC 어하루 기획의도 中)
예서에서 갑자기 딴오딴오 은단오로 나타난 김혜윤 배우가 초반엔 낯설었으나
어느새 내 시선을 쥐고 고등학교 교정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만화적 설정, 아니 진짜 만화 속에 있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은 나의 얼마 안 남은 판타지를 충족시켜주었다.
한창 꽃남을 보던 초등학생들이 이제 나처럼 성인이 되어서 어하루를 즐겼을 것이다.
그 시절 F4같은 A3 + 하루를 보며 눈도 훈훈했고 개인적으로 교복과 교정이 너무 아름다워서
보는 내내 어하루 세계관 속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그리고 매점에 홍루이젠 샌드위치 파는 것도,,,feat.PPL)
비록 단오는 만화 비밀 속에서는 주인공이 아니지만, 어하루에서는 완전한 주인공이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뜬금없이 서브에게 구구절절한 서사를 주어 주객전도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오의 이야기 그 자체라 좋았다.
하루와 함께하는 그 순간들이 설레면서도 '사각'소리와 함께 스릴러를 오가며
흥미진진한 하이틴 한 편을 즐겼다.
단오가 슬프면 하루도 속상해하고 (나도 속상해하고)
단오가 깨발랄하면 하루는 흐뭇하게 보고 (모니터 너머 내 광대도 올라갔다)
남주가 주다에게 멘트 하나 던져주면 (나는 받아적는다,,,후 이즈 주다?,,,마이 궐,,,)
어쩜 이름도 오남주 X 여주다야? 자칫 보기 힘들만한데
이들의 풋풋함과 연기로 모든 것이 용서된다. 그리고 자꾸만 눈이 간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젊은 얼굴들이 모여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게
하이틴 드라마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서도 많은 신인들을 접할 수 있어 행복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훗날 드라마에서 굵직한 연기를 보여주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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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락 POINT : 쓰리고 비주얼 A3, 단오와 하루의 첫 만남, 오남주 명대사, 쓰리고 교정, 은단오 원맨쇼
열여덟의 순간
이 드라마는 18살 준우라는 소년이 겪는 폭풍우 같은 인생 이야기다.
학교 폭력으로 한순간에 꼬여버린 학교생활.
그리고 떠나왔지만 꼬리표처럼 달린 온갖 사회의 선입견과 편견들.
또다시 도망간 곳에서 만나게 되는 악연과 인연. 그리고 첫사랑.......
이 드라마는 18살 고교생들의 이야기지만, 적당한 교훈을 붙들고 구조되는 계몽적 학원물도,
금수저 왕자님과 아름다운 신데렐라의 판타지성 로맨스물도 아니다.
위험하고 미숙한 pre-청춘들이 겪는 감정들에 집중하는 감성 드라마다.
(JTBC 열여덟의 순간 프로그램 정보 中)
솔직히 처음엔 옹성우를 보기 위해 드라마 시청을 시작했다. 첫 주연작에다가 교복을 입고 나온다니!
막상 드라마를 열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밝고 활기찬 하이틴은 아니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이고 매 화 가슴에 큰 울림이 있는 드라마였다.
처음에는 준우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아팠는데 지날수록 아픈 손가락이 늘어나서
드라마 종영 무렵에는 내가 그 반의 모든 친구들이 잘되길 바라는 담임쌤이 되어 있었다.
사실 돌아보면 별 거 아닌데, 수행평가 때문에 조모임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하고
반장선거로 기싸움한다거나 매번 밀려오는 성적과 등수에 휩쓸려 우정이 흔들리기도 한다.
맘 편히 순수하게 배우고 친구와 즐기기만 할 수 있는 열여덟을 바라지만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단단해지는 것도 우리가 지나쳐야 할 삶의 장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극 중 아이들은 서로, 혹은 어른들로부터 큰 상처를 입고는 했는데
부디 흉 지지 않길 바라게 되는 마음이 컸다.
열여덟의 순간을 지나 단단한 모습으로 고3을 맞이하고 또 성인이 되길.
준우와 수빈이가 어디선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OST를 참 좋아하는데
옹성우 배우가 부른 '우리가 만난 이야기'를 사심 담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중요한 부분이나 드라마가 마치는 시간에 "작은 문이 열리고~"하며 목소리가 파고드는데 귀가 호강했다.
그리고 노래하는 다비드로 유명한 크리스토퍼의 Moments,
이 노래만 들으면 어느새 준우에게 빙의하여 아련한 눈빛을 짓게 된다.
OST까지 완벽했던 열여덟 학생들의 이야기, 왠지 여름에 다시 보고 싶다!
♣ 와락 POINT : 김향기의 반짝이는 눈망울, 수학여행에서 준우가 부르는 노래, 담임선생님의 변화
에이틴
"Eighteen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너의 너에게 All In All In"
지나온 10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만, 우린 지금 처음으로 10대를 보내고 있으니까. 고민 없을 나이라고 하기엔 모든 순간이 너무 진심이었으니까. 10대 공감 로맨스 웹드라마.
사실, 처음 고등학생인 남동생네 학교에서 열풍이라는 소식을 듣고
"하ㅋ고등학생 감성 이해하기 어렵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뒤늦게 보고 이 아이들에게 한동안 푹 빠져있었고, 출연진의 차기작을 모두 챙겨보기 시작했다.
숏폼 플랫폼, 웹드라마 물결의 시작하면 플레이리스트 그중에도 10대 사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던 '에이틴'
도하나병, 김하나병 등 이들을 따라 하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그들이 쓰는 화장품부터 시작해서 짝짝이 양말까지 주인공과 닮아가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나도 아마 10대였다면 도하나 따라 해 봤을 것 같다.
(도시적인 외모에 쿨하고 시크한 말투,,,내가 항상 갖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에,,,)
최근에 끝난 시즌2까지 , 주인공들은 적당히 공부도 하고 적당히 놀기도 하며
너도나도 갖고 싶은 우정과 사랑의 밸런스가 있는 삶을 보여준다.
친구 사이에 있을 법한 미묘한 갈등을 보여주어 공감하는 댓글도 참 많다.
10대일 때 유독 친구와 다투고 나면 감정의 소용돌이가 크게 일었는데
댓글을 보다 보면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구나 싶어, 은근한 위로도 받는다.
그리고 시즌2를 보면 주인공들이 고3이 되어 꿈을 찾아 가는데
이 또한 교육드라마만큼 유익했다.
우리나라의 입시는 참 어렵고 복잡하고 준비할 게 많다.
전형은 왜 이리 많은 건지, 난 국영수만 배웠는데 학과는 또 왜 이리 다양한지
각 잡고 고민하기도 전에 수능이 수시가 코앞에 다가오는 게 현실인 것이다.
그래도 입시를 앞둔 많은 열여덟들이 본인이 하고 싶은 걸 꼭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갑자리 라떼는 말이야 식 설교가 된 듯 하지만...
공부를 잘해서 어디든 골라 갈 수 있을 법한 김하도 뒤늦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발견했듯
공부 생각 없던 여보람 차기현이 각각의 꿈을 찾아냈듯 말이다.
(사실 다녀보니 학교와 학과가 전부는 아니지만, 당시에는 왠지 전부로 느껴졌다.)
에이틴을 다 보고 느낀 건, 위 세븐틴 노래 가사처럼 그 순간들에 All-in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틴 드라마를 이야기하다 보니 계속 반복되는 말인 것 같지만
다신 돌아오지 않는, 그 빛나는 시간들이 부담감과 기대감에 짓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와락 POINT : 김하 도하 화해하다!, 전주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A-TEEN OST, 졸업사진 찍는 아이들(뭉클)
인간수업
돈을 벌기 위해 죄책 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드라마를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급작스럽게 장르가 달라지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가장 현실과 맞닿은 방법으로 열여덟을 그려내고 있다.
오지수는 흔히 말하는 아싸 / 배규리는 흔히 말하는 인싸 중 인싸 핵인싸
민희와 곽기는 학교에서 잘 나간다는 일진,
교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졌기에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과거의 교실이 눈 앞에 재생되었다.
그런데 이 구성원들이 엮이면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아니 원래 다들 가지고 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버린다.
어른들은 모르는,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그 문제들이 '나 여깄소'하고 소리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 특히 학생이 주인공이라 조금은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인간수업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왜냐
주인공이 너무나도 악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주어진 환경이 물론 극히 힘겹긴 하나 절대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고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보는 내내, 와 진짜 얘 정말 대 - 애 - 단 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누군가는 피의자 누군가는 피해자.
아이들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윤리적 테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상태였다.
고작 18살인 아이들을, 어떤 어른도 제대로 살펴주질 않는다.
실제 사회에서 대두된 사건들과도 연관되어 있어서 보는 내내 안타까움과 분노가 쌓여갔다.
그중 가출청소년인 민희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집 밖을 나와 어디 하나 마음 둘 곳 없는 그 나이 무렵의 친구들이 실제로도 많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민희와 같은 친구들이 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꼭!
♣ 와락 POINT : 오지수의 아싸 연기(늘어난 츄리닝), 소름 끼치는 사운드트랙, 대담한 배규리의 모든 순간
이상 단짠단짠 코리안 하이틴 드라마 소개가 끝났다.
한국의 열여덟들이 모두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반짝반짝 빛나길 바라며
나의 열여덟도 한 번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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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선도부한테 안 걸리기 위해 열심히 달려 교문을 향해 뛰고
급식표에 맛난 반찬 별표도 치며
밥 먹고 나선 매점에서 아이스크림도 사고
야자 전 석식시간엔 쌀쌀한 공기를 느끼며 운동장 산책도 하고
졸린 눈꺼풀 치켜뜨고 야자를 하는 것
참으로 단순한 하루 일과였으나 내 열여덟의 전부였다.
이것이 바로 '찐'코리안 하이틴이 아니겠는가.
그 속에 우정 사랑 갈등 모든 것이 섞여 들어가 한 편의 드라마가 되는 것일 뿐!
예고) 다음 편은 최애 배우 시리즈의 1편을 미리 공개하고자 한다, 요즘 핫한 그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