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흥미로운 군사적 행위
중국 전승절 기념식을 보면서 새삼 '열병식'에 대해 생각했다. 열병식은 군인들과 각종 무기들을 동원해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을 통해 자주 접했다. 군인들의 절도 있는 동작과 매서운 얼굴 표정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열병식의 원조는 소련이다. 소련은 10월 혁명 기념일, 노동절, 대독일 승전기념일 등에 붉은 광장에서 열병식을 거행했다. 할 때마다 신형 미사일, 신형 전투기, 신형 전차 등이 대거 출현했는데,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를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곤 했다.
소련 열병식 역사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독소 전쟁' 초기에 행해진 열병식일 것이다. 당시 소련은 독일군의 전격적인 침공으로 순식간에 모스크바 코앞까지 밀렸다. 수도마저 함락될 수 있는 긴박한 와중에도, 스탈린은 소련군과 소련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붉은 광장에서 열병식을 단행했다. 측근들은 독일군의 폭격을 우려했으나, 다행히도 안개가 짙게 껴서 폭격을 피할 수 있었다. 열병식에 동원된 병사들은 행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전장으로 투입됐다고 한다.
대체로 공산권 국가들이 열병식에 진심이다. 앞서 살펴본 소련은 물론 북한과 중국, 쿠바 등이 대규모로 열병식을 했다. 반면 서방 국가들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그동안 열병식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한 미군 장성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 그거 안 해도 미군은 세계 최강이다"라고 말했다. 절대적인 군사 패권국의 여유가 묻어나는 답변이었다.
다만 이랬던 미국이 트럼프 시대에는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군부를 통해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에 미군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열병식을 자신의 생일 때 개최했다. 개인적으로 (관세 전쟁과 생일 열병식 등) 기존 관행을 깨는 트럼프의 기이한 행보들은,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에 적잖은 타격을 준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열병식은 매우 흥미로운 군사적 행위이며, 각 국가들의 특성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앞으로도 열병식을 유심히 살펴볼 계획이다.
https://youtu.be/omm3QPMqyjc?si=qBS6o5qYsog7ye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