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탐방기] 전쟁기념관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이곳은 본인이 틈틈이 찾는 장소다. 국민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평화와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전쟁의 역사>를 한창 집필할 때에도 이곳에 와서 영감을 얻곤 했다. 무엇보다 내부에 있는 콘텐츠들이 질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이것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이들을 데려오는 부모님들이 알아둘 게 있다. 남자아이들은 대체로 관람을 즐기지만, 여자아이들은 어려워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 아무래도 전쟁과 군사라는 테마 자체가 남자아이들이 편향적으로 좋아할 만한 것이긴 한 것 같다.
본인이 관심 있게 본 부분은 '한국 전쟁'이다. 전쟁이 발발한 원인, 전개 과정, 참상, 관련 인물 등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돼 있다. 일각에서 북침이라는 허황된 주장도 제기되지만, 전쟁기념관은 한국 전쟁이 '김일성이 추진하고 스탈린이 승인했으며 마오쩌둥이 동의한' 남침이라고 못 박는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중공군 개입'이다. 유엔군과 한국군은 파죽지세로 북진해 압록강에 도달, 조국 통일이 눈앞에 다가왔었다. 하지만 중공군의 전격적인 개입과 기가 막힌 전략 전술에 휘말려, 피눈물을 흘리며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중공군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국공 내전에서 국민당이 승리했더라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베트남 전쟁' 코너도 인상 깊었다. 이 전쟁은 본인이 근무했던 해병대 청룡부대도 참전했다. 미국과 한국은 동남아시아 연쇄 공산화(도미노 이론) 방지라는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며 군대를 파병했다. 우수한 화력을 갖췄지만, 지금껏 겪어본 적이 없는 기묘한 전황에 직면하면서 고전을 거듭했다.
베트남 전쟁은 눈에 보이는 유형 전력만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병력 규모나 무기량 못지않게 무형 전력, 즉 병사들의 사기나 대의명분 등과 같은 정신 전력도 매우 중요함을 실증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월남 패망'은 외세에 의존하기보단 스스로 강해지는 '자강'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교훈을 선사한다. 베트남 전쟁 코너의 마지막 부분에 있었던 위 문구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전쟁기념관에서는 거의 실물 크기로 만든 탱크와 곡사포, 각종 총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군용 무기들은 인간이 발명해 낸 수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 무기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 그 위용에 압도되고,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함을 느낄 수 있다.
상술했듯 전쟁기념관은 안보와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군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운다. 자부심도 느끼게 한다. 지금도 국가를 지키는 모든 장병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많은 분들이 전쟁기념관을 관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람하러 가기 전에 본인의 저서인 <전쟁의 역사>를 읽는다면, 보다 유익한 역사 탐방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수줍게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