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왕 문무

[이야기] 새로운 사극에 대한 단상

by 최경식

내년에 kbs에서 새로운 대하사극을 선보인다. <대왕 문무>다. 통일 신라의 첫 번째 군주인 문무 대왕의 업적을 다룬다. 본인은 어릴 때부터 문무 대왕을 접했고, 경주에 있는 문무대왕릉에도 가본 적이 있다. 수중릉으로 된 대왕의 무덤이 매우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여담으로 그 무덤에는 대왕의 시신이 없다. 아마도 시신을 화장한 뒤 무덤 주변에 재를 뿌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무 대왕은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라고 유언했다.


문무 대왕의 최고 업적은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고 한민족의 역사를 보존해 낸 것이다. 신라는 당나라와 손을 잡고 고구려, 백제를 차례로 무너뜨렸다. 문제는 동맹국이었던 당나라의 야욕이다. 당나라는 옛 고구려, 백제 땅은 물론 신라까지 장악하려 했다. 신라가 이를 저지하려 하면서 670년 '나당 전쟁'이 발발했다. 신라군은 용맹하게 요동을 선제공격한 뒤 잠시동안 승리를 이어갔지만, 석문 전투 등에서 패배하며 수세에 몰렸다.


커다란 위기 속에서 문무 대왕의 지도력이 빛을 발했다. 그는 화전양면전술을 적절히 구사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고구려와 백제의 유민들을 적극적으로 포용, 거대한 연합 세력까지 구축하며 당나라에 맞서기도 했다. 결국 매소성, 기벌포 전투에서 당나라군에 결정적 대승을 거두면서 나당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비록 신라의 통일이 대동강 이북의 고구려 땅 대부분을 잃은 불완전한 통일이었지만, 자칫 한반도 전체가 당나라에 먹힐 수 있는 위험을 자주적으로 극복해 낸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 문무 대왕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새롭게 선보이는 사극에서 문무 대왕의 활약상과 나당 전쟁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쉽고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본인은 사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 대첩'이 드라마로 나오길 기대했다. 전작인 '고려-거란 전쟁'이 끝난 직후, 일각에서 차기작은 '살수'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나라 역사에 존재했던 3대 대첩(살수, 한산도, 귀주 대첩) 중 유일하게 살수 대첩만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매우 미스터리한 인물인 을지문덕을 본격적으로 조명하고, 역사상 가장 극적인 대전으로 평가받는 살수 대첩을 장렬하게 재현한다면 커다란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을지문덕과 살수가 아닌 문무 대왕과 나당 전쟁이 그려지게 됐다. 언젠가는 전자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본인은 오랜만에 나오는 사극이 제대로 제작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래야 사극이 흥행하고 지속가능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걱정되는 점이 있다. 전작인 고려-거란 전쟁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고려-거란 전쟁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양규 장군 이야기까진 좋았으나, 그 이후에는 작가의 쓸데없는 상상력이 많이 가미되면서 작품이 산으로 가버렸다. 모두가 기대했던 전투씬도 매우 부실했다. <대왕 문무>가 전작처럼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충분한 예산과 좋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으면 한다.

keyword
최경식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기자 프로필
구독자 2,875
작가의 이전글인천상륙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