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전운이 고조되는 세계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인류는 역사의 93% 동안 전쟁을 치렀다"라고 말했다. 역사학자인 윌리엄 듀런트는 "기록된 3421년 중 전쟁이 없었던 해는 고작 268년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였던 셈이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전 세계적이다. 최근 러시아군의 무인기와 전투기가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회원국의 영공을 잇따라 침범했다. 얼마 전에는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함께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인 '자파드 훈련'을 감행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서유럽 국가들까지 러시아의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126조 원에 달하는 군사 예산을 편성하며 '재무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독일의 화려했던(?) 과거를 아는 만큼, 이 소식은 위압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확전 조짐이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러시아 정책에 변화가 생기면 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을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및 드론 공격 지원을 위한 정보 공유를 승인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거리가 2500㎞에 달하는 토마호크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를 비롯해 여러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를 지원할 경우, 긴장 상태가 새로운 차원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국방부를 '전쟁부'로 변경한데 이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모든 미군 장성들을 불러놓고 "군인은 국방이 아닌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지율이 떨어진 트럼프가 내년 중간선거를 전후해 국내외에서 모종의 군사 작전을 지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군사적 긴장감을 조성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대만, 양안 관계에도 전쟁의 암운이 드리울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오는 2027년에 대만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2027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군에게 의미가 깊은 해다. 시진핑은 이 시기에 4 연임을 노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중국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에 대한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에 2027년에 양안 통일을 획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2027년이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이라는 사실은 우려스러운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만약 양안 전쟁이 발발하면, 그 불똥은 우리나라에도 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양안 전쟁에 개입하려는) 미국의 군사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북한에게 남침을 사주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장기간 평화 상태를 유지해 왔다. 비록 '냉전'이라는 위기가 상존했지만, 핵무기에 의한 '상호 확실한 파괴' 우려로 전쟁이 억제됐다. 하지만 그 평화가 언제 깨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본인은 저서인 <전쟁의 역사>를 쓰면서, 망각의 동물인 인류가 실수와 비극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같은 치명적 한계로 말미암아 크고 작은 전쟁이 지속적으로 발발했다. 그리고 평화에서 전쟁으로 나아가는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외교관인) 조지 뷰케넌이 말한 '부정적 연쇄효과'가 신속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언제나 지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법이지만, 현재 주요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하나같이 '스트롱맨'이라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럽다. 이들이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길 바랄 뿐이다. 전쟁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인류 문명을 파괴하는 '초극단적 재난'은 고개를 쳐들 것이다.
"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도 결코 없다."
그 옛날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죽비와 같은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