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책과 독서] 막스 베버
"칼뱅주의에 기초한 청교도 윤리가 근대 자본주의 발전의 동인이라는 도발적 고찰."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연구에서 추구한 진정한 인식 관심은 경제적 체계로서의 자본주의도 종교적 이념체계로서의 프로테스탄티즘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서구 근대 시민계층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프로테스탄티즘이라는 신앙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근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특정한 종류의 실천적, 합리적 생활양식을 창출하고 이를 공유하며 이에 근거해 행위하는 서구 근대 시민계층이라는 집단이다. 이 사회집단에는 자본가, 기업가, 은행가 등이 속한다. 이와 관련해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둘러싸고 펠릭스 라흐팔과 벌인 논쟁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나의 중심적인 관심사는 자본주의의 진척과 팽창이 아니라 종교적이고 경제적으로 조건 지어진 요소들의 결합에 의해 창출된 인간성의 발달이었다. 나는 이것을 내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명백히 말했다." 즉 베버는 합리적인 근대 문화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시민계층적 자본주의 정신을 이해하고 이를 자본주의(구체적으로 경제체계로서의 자본주의)를 통해 그리고 특히 프로테스탄티즘을 통해 인과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서 자본주의 정신을 이해한다 함은 구체적으로 이 정신의 내용, 구조, 논리 및 그 의미성을 드러내고 밝히는 일련의 인식 과정을 가리킨다. -책 본문 中
자본주의의 영웅적 시대의 강철같이 굳건한 청교도 상인들에게서 그리고 오늘날에도 개별적인 사례에서 재발견할 수 있는 저 자기 확신이 강한 '성도들'이 훈육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기 확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직업노동이야말로 가장 탁월한 수단이라고 철저히 가르쳐 각인시켰다. 오직 직업노동만이 종교적 회의를 씻어버리고 은총 상태의 확실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직업 없는 자'의 삶에는, 이미 살펴본 대로, 세속적 금욕주의가 요구하는 체계적, 조직적 성격이 결여되어 있다. 퀘이커교 윤리에서 보더라도 인간의 직업 생활은 일관되게 금욕의 덕목을 실행하는 것이며, 또한 인간에게 자신의 직업에 신중하고 조직적으로 종사하도록 영향을 끼치는 양심을 통해 그의 은총 상태를 확증하는 것이다. 신이 원하는 바는 노동 자체가 아니라 합리적 직업노동인 것이다.
"만약 신이 너희에게 너희의 영혼이나 다른 자들의 영혼에 해를 끼치지 않고도 다른 방법보다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너희가 이 방법을 거부하고 오히려 더 적은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을 따른다면, 너희는 너희가 받은 소명의 목적 가운데 하나를 방해하는 것이 되고, 신의 청지기가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 되며, 또한 신의 선물을 받아 신이 요구할 때 신을 위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하는 것이 된다. 진정 신을 위한 것이라면 너희는 부자가 되기 위해 노동해도 좋다." 직업 의무를 수행하는 것으로서의 부의 추구는 도덕적으로 허용될 뿐만 아니라 또한 절실히 요구되기도 한다.
이윤 창출의 기회를 섭리적으로 해석한 것은 사업가들을 윤리적으로 신성시했다. 자수성가하고 절제적인 시민계층은 최상의 윤리적 평가를 받았다. 즉 신의 섭리를 따라 이윤 창출에 성공한 성도가 있으면 언제나 그를 가리켜 "신이 그의 사업을 축복하신다"고 말했다.
윤리적으로 진정 배척해야 하는 것은 요컨대 소유에 안주하는 것이고, 부를 향락하며 그 결과 태만과 육욕에 빠지는 것이고, 특히 거룩한 삶의 추구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노동은 이미 오래전에 그 효과가 검증된 금욕의 수단이다. 노동은 특히 청교주의가 '부정한 삶(unclean life)'이라는 개념으로 요약한 저 모든 유혹에 대한 특수한 예방 수단이며, 따라서 그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세속적 직업노동을 단연 최상의 금욕적 수단으로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거듭난 인간과 그 신앙의 순수성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확증으로 평가한 이유를 들 수 있다. 금욕주의에 의한 소비의 억압을 금욕주의에 의한 영리 추구의 해방과 결합해서 본다면, 그로부터 나타나는 외적인 결과는 자명하다. 즉 금욕적 절약 강박에 의한 자본 형성이 바로 그것이다. 획득한 부의 소비적 사용이 제어되면서 그 부의 생산적 사용, 다시 말해 투자자본으로서의 사용이 촉진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신의 영광을 위해 그 재산이 줄어들지 않도록 온전히 보존하고 부단한 노동을 통해 그것을 증식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더욱 더 무거워진다. 이 생활양식은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논리적으로 일관된 윤리적 토대를 발견했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발전에 대해 가지는 의미는 자명한 것이다.
#. 막스 베버
독일의 사회학자, 법학자, 철학자. 사회학에서 주관적 개념 도구인 '이념형'이라는 틀을 사용하면서도 그 이념형들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때에는 주관적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아야 된다는 가치중립적 사회과학 방법론을 제시해,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기독교가 직업노동과 금욕을 사명으로 하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의해 탈주술화되면서 근대 자본주의가 형성됐다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으로 사회학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