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당할 기적

by 시와 카피 사이

<엄마와 치킨>



취업하면 독립해, 나가 살아라

입버릇처럼 말하던 엄마는


금요일만 되면

주말만 가까워지면

집에는 언제 오니, 자취방에 무슨

꿀단지 숨겨놨니

너 좋아하는 치킨 시켜줄 테니

오라고 오라고

앙탈을 부렸다


치킨을 싫어하는 엄마가


아버지와 내가 뼈를 바르고 있을 때도

한 조각도 손에 안 대던 엄마가

후라이드 가슴살만 골라

벅벅 찢어

강아지만 건네주던 엄마가


치킨 식겠다 빨리 와라


나는 싫어 안 간다고

나도 내 시간이 필요해 바쁘다고

겨우 치킨 한 마리로는 안 갈 거라고

성화를 부렸다


겨울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돌아갈 집마저 없어지고

자취방에서 홀로 치킨 시켜 먹던 날,


낡은 형광등 아래에서

닭다리 하나를 집어들고


오래오래 울었다




소중한 이가 아침에 나갔던 문으로 매일 돌아오는 것.

그건 매일의 기적이었네.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중


우리는 기적을 어렵게 생각합니다.

물 위를 걷거나, 불치병이 치유되거나, 바다를 가르는 것만이 기적이 아닙니다.


지구와 달이 매일 자전과 공전을 멈추지 않고,

낮과 밤의 창문으로 햇빛과 달빛이 들고,

그걸 볼 수 있는 두 눈이 있고,

깨끗한 컵과 마실 물이 항상 있다는 것.

풍경이 있고, 길과 나무가 있고, 두 발이 있고, 걷다보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다는 것


마음만 먹으면 마음껏

사랑하며 얼굴 볼 수 있다는 것


그건,

매일의 기적입니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뿐이죠.


신학자 존 파이퍼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밤하늘과 석양보다 10m 남짓한 극장 스크린에 나타나는 시각적 효과에 더 감탄한다... 우리는 낮과 밤이 쏟아내는 경이를 보통 사람들보다 더 잘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우리는 극장에 들어갈 때와 같은, 또는 그 이상의 기대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에겐 삶이라는

입장 티켓이 있고


기적은 언제나

절찬 상영중입니다.


오늘의 기적을 놓치지 마세요




이 하늘도, 이 바람도, 이 햇빛도, 한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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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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