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지구>
남편과 큰딸이 떠나고
할머니는 이제
빗금처럼 걷는다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도
자주 멈춰서야 했다
오분 거리
청과마트를 갈 때도, 몇 번이고
앉았다가 가야한다고
비스듬히 기울어진
당신의 자전축을
자꾸만 쓸어만져 보이신다
내가 살고
당신의 꿈과 젊음이 살고
다 커버린 삼남매와
모진 남편이 오래도록 머물던
당신의 지구
플라타너스 우거진 그늘 사이로
거대한 행성 하나가 걸어간다
비스듬히
길을 내며 간다
한 사람은 한 권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깊고 옅은 주름들은 삶을 말해주는 문장이죠.
기뻐하거나 슬퍼할 때, 아파하거나 힘겨워할 때. 문장들은 시시각각 새겨집니다.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주름들이, 곧 문장들이 만들어지는 거죠.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이세계를 창조한 창조주가 주인공 마히토에게 묻습니다.
자신의 대를 이어 이 유토피아를 유지해보지 않겠느냐고,
악의가 없는 돌들로 탑을 쌓아 완벽한 세계를 만들어가라고 권유하죠.
그러나 마히토는 거절합니다. 오히려
고통과 슬픔과 악의가 가득 찬 불완전한 세계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들 거라고,
그 모든 삶을 겪으며, 견디며
살아낼 거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그는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 아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세계로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살아가는 삶에서
살아내는 삶으로
힘에 겨워도
기울어지더라도
비스듬히 나아가는 것.
어쩌면,
그게 인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 1초의 짧은 말에서 일생의 순간을 느낄 때가 있다
고마워요,
이 1초의 짧은 말에서 사람의 따뜻함을 알 때가 있다
힘내세요,
이 1초의 짧은 말에서 용기가 되살아날 때가 있다
축하해요,
이 1초의 짧은 말에서 행복이 넘치는 때가 있다
안녕.
이 1초의 짧은 말에서 일생 동안의 이별이 될 때가 있다
1초에 기뻐하고, 1초에 운다
일생에 걸쳐 열심히, 매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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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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