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와 조각도
"엄마, 내가 설거지 다 했어. 조각도 사게 500원만."
"돈 없는데 그냥 친구랑 같이 쓰면 안 되나?"
나는 오후 등교를 하며 미술 준비물 조각도를 사 가려고 했다.
집안 형편이 힘든 걸 알지만, 그래도 국민학교 졸업 전 마지막으로 나도 나의 조각도를 가지고 싶었다.
엄마가 쌀집에 마실 가기 전 담가 둔 설거지도 하고, 방도 깨끗이 한 번 닦았다. 나는 당당하게 엄마가 있는 쌀집으로 가서 조각도 살 돈을 달라고 했지만 결과는 빈손이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친구랑 같이 쓰라고 말하는 힘없는 엄마의 목소리에 사 달라고 떼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쌀집을 나서 학교에 가는 내내 울었다.
학교 앞 문구점을 지날 땐 더 서럽게.
그렇게 문구용품 하나 내 맘대로 못 사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반백 살 나는 지금도 문구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구경 삼아 들어간 문구점을 나설 때면 무언가 하나 사서 나온다.
'엄마, 나 이제 내가 필요한 것 맘껏 사서 쓰니깐 걱정하지 마.' 하늘의 엄마에게 조용히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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