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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해서 태어난 아이는 없다

by 지예


물음의 시작, 엄마의 첫걸음
첫째 아이를 낳고 회복이 더뎌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단지 몸이 아픈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정신적인 혼란까지 겹쳤습니다. 산후 우울감이라기엔, 그보다 더 깊은 감정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저의 부정적인 어린 시절 기억들이 폭풍처럼 밀려왔습니다. 이름도 없는 갓난아이의 삶에 그 어둠이 스며들까 두려웠습니다. 그때, 친정 오빠가 해준 한마디가 육아의 첫걸음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자기가 원해서 태어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어. 그걸 잊지 말고 키워."

무거웠지만 명료한 말이었습니다. 그 문장 하나가 저로 인해 아이와의 관계나 환경이 얼마나 쉽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자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삶의 경이
콩알만 한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고 가슴이 벅찼던 첫 치료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새벽마다 태동으로 저를 깨우던 생명. 분만실의 하얀 천장이 노랗게 보일 만큼 마지막 힘을 짜내던 찰나. 그리고 탯줄도 자르지 않은 아이를 품에 안던 환희까지. 그 모든 순간은 ‘엄마가 되었다’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습니다.


"OO야, 아빠야." 가슴에 안긴 채 울던 아이가 남편의 말에 울음을 멈추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젖을 빨며 기를 쓰던 모습도, 조그만 손으로 제 엄지손가락을 있는 힘껏 움켜쥐던 그 강인함도 잊히지 않습니다. 어설프게 수유를 반복하며 울던 밤에도, 저는 지켜야 할 생명을 온몸으로 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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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적보다 정서 함량에 초점을 맞추는 육아인. 성향 다른 남매 사이에서 적절함을 찾는 양육인. 적당함과 게으름의 균형을 즐기는 지구인. 마음을 텍스트로 옮기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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