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예 Sep 24. 2020

식사 도움, 아이 행동 이해가 먼저다.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37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부담스럽고 암울해 보일지라도 
먼저 일상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육아를 하면 모든 글귀가 육아서의 일부가 된다더니 정말 그러합니다. 위의 문장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쓴 <몰입의 즐거움>에 있는 것이에요. 이 말이 가슴에 와닿으며 지금의 저를 들여다보게 했어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지칭한 ‘남’은 제 아이들입니다. 

저를 위한 음악 한 곡도 제대로 듣지 못하며 동요나 듣고, 조용한 사색 같은 독서보다는 실감 나게 그림책을 무한 반복하는 것 정도는 육아 인생에 있어 부담이거나 암울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육아하는 제 일상이 바로 현실이고 이미 암울의 끝에 닿은 것 같은 큰아이와의 밥 전쟁 시기를 지났기 때문이거든요. 또한 아이에게 필요한 저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는 덕분입니다. 

제가 육아에 몰입하듯 아이도 아이만의 몰입 세계가 있어요. ‘몰입’이라는 말은 한 인생에 있어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낱말이라 봅니다. 아이의 성장기마다 보이는 몰입된 행동을 보면 그러한데요. 그중에서 식사를 위한 근육 발달과 몰입기를 생각해 봅니다.


   


손을 움켜쥐기만 하던 시기에서 손을 펼쳐 원하는 물건을 잡습니다. 엄지와 검지의 소근육이 발달함에 따라 다양한 도구를 세심히 만지는 근육 발달은 주도적인 식사를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괴테는 ‘상대방을 현재의 모습 그대로 대하면 그 사람은 현재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을 잠재 능력대로 대해주면 그는 그대로 성취할 것이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아주 사소한 발달이라 해도 그 발달을 기반으로 조금 더 나은 성장을 보일 거라는 기대는 아이와 양육자에게 긍정적인 힘이 되어주지요. 

꼬물거리는 신생아 시기를 지나 혼자 앉아 식사를 받아드는 6개월까지 아이의 근육 발달 속도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한 손으로 단호박을 꽉 움켜쥐고 세상을 다 얻은 듯 웃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이는 이것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려 모으고 가지고 노는 재미에 몰입합니다. 제가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없더라고요.   


아이의 호기심이 온통 단호박 하나에 집중되어 있을 땐 거기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듯했습니다. 무대에 오른 주인공을 방해해서는 안 되기에 묵묵히 그 행위를 지켜보기만 했었고요.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아이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는 희미해집니다. 그만큼 아이의 주변이 밝아오고 눈에 보이는 것이 많아집니다. 

이제 아이의 관심도는 음식에만 머물지 않아요. 자신의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눈과 손으로 살피며 동시에 입에 음식을 넣는다는 것은 곡예를 하는 기분이 들 만큼 저의 정신이 분산됩니다. 그래도 큰아이 식사에 호되게 당한 게 있었기에 둘째의 음식에 대한 반응 하나하나에 큰 걱정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풍나물 먹는 둘째 : 곁에 놀잇감이 있어야 밥을 먹는 아이에 대한 이해.


한 해, 두 해를 지나는 동안 식성에 대한 갈피도 잡아야 하고 내 아이에게 맞는 적절한 식이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아이 주도 식사가 잘 되도록 해준다는 레시피나 적격 방법들은 밥 먹이는 어려움을 직선으로 헤쳐나가는 길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아이에 대한 이해를 우선으로 하고 그다음 엄마 마음에 대한 이해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제 글들은 곡선으로 돌아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방법이에요. 

제 어린 시절, 함께 식사하시던 ‘엄마의 기분’이 마음 한쪽에 있습니다. 평일에 근무하시고 쉬시는 주말에 제가 있는 덕분에 혹은 제가 있기 때문에 식사를 챙기셨어요. 그 느낌은 ‘억지로’였습니다. 아이가 있기 때문에 챙겨야만 하는 무거운 의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엄마의 식사 준비는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니 배가 고파 신나게 먹어야 함에도 눈치가 보였고요. 

이왕 드셔야 하는 식사, 아이 기분 살펴보시고 우리 마음 점검해가면서 웃는 얼굴로 대해보자고요. 아이의 주도적인 식사를 위한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두 마음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려는 노력이 기본이 될 때, 마법 같은 식사 변화는 반드시 일어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은' 안 먹는 아이 주도 식사일 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