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괜찮아지면 좋겠다.
9월이다, 드디어. 8월이 지나갔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 8월 내내 무기력하고 울적했다. 가슴 아픈 부고 소식과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연달아 접했다. 꿈에서 울고 기도하다가 울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 울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에 큰 무력감을 느꼈다. 그 와중에 바쁘기도 했다. 예전 회사의 제의로 원고 쓰는 일을 하게 된 것. 처음에 핏을 맞추는 게 어려워 괜히 수락했다는 후회가 자꾸만 들었다. 그럴 때마다 한 달만 버티자고 나를 타일렀다. 한 달만 해보면 자연스럽게 핏은 맞춰지고 일은 수월해질 거라며. 남편과 일본 여행도 다녀왔다. 7월에도 여행을 다녀온 지라 또 갈 생각은 없었다. 남편도 계속된 야근에 지쳐있고 나도 리프레시가 필요했다. 양가 부모님이 가끔 용돈을 주실 때마다 모아 두었는데, 일본 여행 정도는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 휘리릭 다녀왔다. 여행은 그럭저럭 잘했는데, 돌아와서 좀 아팠다. 여독 때문인지 생리 때문인지, 사실 둘 다인 것 같은데 며칠 동안 드러누웠다. 바닥을 찍은 건지 9월의 첫날이 되니 좀 괜찮아지는 기분이 들더라.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나 모닝 페이지를 썼다. 요가도 했다. 예전에는 수월하게 되던 동작들이 잘 안 되어서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했다. 원고를 쓰다가 문화회관 수업을 듣고, 돌아와서 저녁을 챙기고 샤워를 하고. 하나씩 다시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 브런치에 글도 거의 한 달 만에 쓴다. 글 좀 써야지 하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오랜만에 쓰려니까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에라 맥주나 먹을까 하다가 아무 말이라도 써야겠다 싶다. 안 그러면 영영 글을 안 쓸 것 같아서. 오늘 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날씨가 달라진 게 확 느껴졌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기온이 훅 떨어진 것 같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더라. 이제 여름이 가고 정말 가을이 오려는 건가. 8월도 가고 9월이 왔으니 이제 좀 괜찮아지려나. 아니, 부디 괜찮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