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 라이딩’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결혼하며 신혼집을 시댁 근처로 구해서 회사가 멀어졌다. 처음엔 지친 몸으로 대중교통을 타다가 차를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남편도 함께 타게 되었다. 출근길에 그를 회사 앞에 내려주는 식이었다.
어느덧 퇴사 4개월 차. 백수지만 여전히 아침마다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선다. 남편을 회사에 데려다 주기 위해서다. 부모가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주는 걸 ‘학원 라이딩’이라 한다면, 나는 ‘회사 라이딩’을 하고 있는 셈이다.
퇴사를 하고 나서 “아침마다 데려다줄게”라고 말했을 때 남편은 거절했다. 모처럼 쉬는데 뭣하러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냐며. 며칠 뒤, 그의 말이 바뀌었다. “너만 괜찮다면, 데려다주는 게 아무래도 좋겠어.” 그렇게 회사 라이딩은 오늘 아침에도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아침은 남편의 출근 시간에 맞춰 흘러간다. 요즘은 남편 야근이 잦아 늦게 출근하는 말이 많다. 그럴 땐 남편이 일어날 때까지 내 할 일을 한다. 그가 일어나면 간단히 식사를 챙기고 함께 뉴스를 본 뒤 집을 나선다. 예전엔 종종 맥도날드에 들러 아침을 샀지만 요즘은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대신 회사에서 마실 커피만 픽업해 간다.
남편 회사까지는 한 시간 남짓. 차 안에서 별별 이야기를 다 한다. 지난밤 꿈 얘기, 뜬금없는 영화대사나 성대모사하기, 남편 회사와 일 이야기, 오늘 주문해야 할 쿠팡 목록, 최근에 빠진 노래와 남편이 만든 음악까지. 별 거 아닌 이 시간이 나는 참 좋다.
결혼을 하니 생각보다 함께 붙어 있는 시간은 많지 않고, 함께 있어도 대화를 많이 하지는 않게 되더라. 그런데 차 안에서는 나란히 앉아 앞만 보게 되니, 오히려 대화가 술술 나온다. 또 집순이 백수인 나에게 이 정해진 외부일정은 소중하다. 혼자서는 바깥에 나갈 일을 굳이 만들지 않게 되니까.
회사 앞에 도착하면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자”며 인사를 나눈다. 나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는 길은 막히지 않아 훨씬 빠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용한 집. 퇴사하고 얼마 안 됐을 땐 이게 좀 어색했다. 낮 시간에 혼자 있는 집이 낯설고 쓸쓸했다. 지금은 완전히 익숙해졌다. 오히려 남편을 보내고 돌아오는 순간부터 진짜 나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아 좀 설레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 회사 라이딩이 이어질까. 길어봤자 몇 달일 것이다. 그도 머지않아 퇴사를 할 테니까. 그때가 되면 이 아침 루틴도 끝나겠지. 지나고 나면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서로에게 다정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까 봐, 짧게나마 이렇게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