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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파산시킨 미션캠프

성장에 진심인 사람들이었는데.

by 백수쟁이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보다 미션캠프가 파산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미션캠프는 특정 프로젝트에 보증금을 걸고 참여하면 미션 완료율에 따라 보증금을 환급해 주는 자기계발 서비스이다. 오래전부터 미션캠프를 알고 있었지만, 나는 너무나 의지박약이고 회사 다닐 때는 심적으로 여유도 없어 좋은 서비스라고만 여기며 참여는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미션캠프에 참여한 건, 퇴사하고 나서이다. 지인이 미션캠프에서 글을 쓰면 출판해 주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꾸준히 글을 쓰고 싶고, 내 글을 인쇄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보고 싶어 오랜 고민 끝에 신청했다. 보증금 30만 원이 부담스럽긴 했다. 30만 원을 주고 옷이나 가방을 사본 적도 없고, 우리 집 한 달 유류비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고, 무언가를 배울 때도 써본 적 없는 액수였다. 남편 생일을 챙길 때나 쓸 수 있는 액수여서 나한테 이런 큰돈을 쓰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신청한 건, 퇴사 후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퇴사 후 일상을 기록하고 싶었고, 책이라는 물성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11월 마감이었다. 마감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분주했다. 하루 종일 노트북을 붙잡고 글을 쓰는 날도 있었고, 가을 여행에도 노트북을 챙기고, 삼촌의 장례 중에도 이따끔 프로젝트를 생각했다. 기한 내에 글을 다 쓰지 못해도 설문 참여하면 100% 환급된다는 문구를 확인하고는, 엊그제까지 글을 쓰고 수정했다.


미션캠프는 홈페이지에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으나 자금난으로 파산 예정이라는 건조한 공지문만 올려놓더니, 오늘은 아예 접속조차 안 된다.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행태에 기가 찬다. 지난주까지도 참여 인원을 모집하는 광고 문자를 받았던지라 더 괘씸하다. 파산이 치킨 배달하듯 지금 주문해서 30분 만에 완료되는 일은 아닐 텐데, 공지문을 올리기 직전까지 사람을 모집하고, 홈페이지에 공지문만 올리고는 사라졌다.


피해자들이 모여있는 오픈 채팅방이 있길래 들어갔다. 피해 규모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천 명이 넘었고, 금액도 3-4억에 달한다. 여러 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피해 액수가 큰 사람도 있었고, 미션캠프의 취지를 좋아해 오랫동안 응원한 이들도 많았다. 모두가 충격에 빠져 있었다.


이들이 바란 건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일확천금을 바라며 배팅을 한 것도, 쉽게 돈을 벌려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움직이기 위해 작은 보증금을 걸고, 조심스럽게 일상의 변화를 꿈꾼 사람들이었다. 성공에 미친 사람들이 아니라, 성장에 진심인 사람들이었다.


미션캠프 대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믿고 싶을까. 자신도 피해자라고 생각하려나. 하지만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그가 날려버린 것은 미션캠프라는 서비스가 아니라 서비스를 믿고 응원하던 사람들의 간절함이었다는 것을.


미션캠프의 파산은 단지 하나의 서비스 종료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바꾸려는 첫걸음이었고, 스스로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이었으며, 오랜 꿈을 실현해 보려는 용기였다. 대표는 단지 고객을 잃은 게 아니라, 서비스를 믿어준 사람들의 꿈을 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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