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한민국 정부박람회 KT AICT 부스 현장 취재기
업무-기술 적합성(task-technology fit, TTF)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업무를 수행할 때 정보통신기술이 얼마나 잘 지원해 주는가를 따지는 겁니다. 어떤 기술을 업무에 도입했을 때, 그 기술이 업무 수행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돕고, 원만히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도와서 높은 성과를 끌어낸다면 TTF가 높고, 아니라면 낮은 거죠.
이 개념에 따르면, 최신 기술을 도입한다고 무조건 회사가 잘 되는 일은 없으니, 업무에 적합한 기술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럴 땐 어쩌면 좋을까요? 간단합니다. 비슷한 회사나 조직에서 어떤 기술을 쓰고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그래서 다녀왔습니다. ‘2024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요.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 생소하시죠? 이 박람회는 ‘디지털플랫폼정부로 달라지는 대한민국의 모습과 2년 반 동안의 혁신 성과를’ 한자리에서 확인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로, 올해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슬로건은 ‘내일을 위한 정부혁신, 함께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중앙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 기업 등 총 131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KT를 비롯해 민간 협력 기업도 부스를 차려 함께 했습니다. 박람회 이름과는 다르게 은근히 재미있는 것들이 꽤 있었는데요. 여기서 KT가 전시한 것은,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AICT(AI + ICT) 기술입니다.
차세대 AICT 기술이라고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AI가 뭔가를 만들어 내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기존에 잘 쓰던 기술을 실제 업무에 맞게 개발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보이스피싱 원스톱 대응 서비스’입니다. 들려오는 음성을 분석해 이 전화가 보이스피싱인지 아닌지 판별하고,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면 경고를 띄웁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얼마 전 제가 아는 어른께서 보이스피싱 전화를 제 앞에서 받으시는 걸 보고(아이고. 나는 잘 모르겠다. 네가 한번 받아봐라-하면서 바꿔 주시더라고요), 관심이 많이 갔던 서비스인데요.
간 김에 한번, 가상으로 보이스피싱 당해보며(...) 체험을 해봤습니다. 실제 보이스피싱에 쓰인 대본을 가지고, 제가 들고 있는 데모용 전화기로 전화해 이야기하는데….
하, 이거 요즘 보이스피싱 무섭데요. 진짜 이런 전화받으면 잘 모르는 분은 겁부터 덜컥 날 것 같은데…. 바로 1차 보이스피싱 경고가 뜨고, 좀 더 얘기하자 2차 보이스피싱 경고가 뜨는 걸 보면서 결심했습니다.
이거, 부모님 폰에 빨리 설치해 드려야겠다.
다행히 후후 앱 추가 기능으로 곧 선보인다고 하니, 올해 안에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영국에선 보이스피싱을 하는 범죄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AI 기능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돈을 주고서라도 이런 기능을 쓸 수는 없겠죠?
다른 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건, 클라우드 고객센터 'A'cen Cloud'입니다. AI 기반의 고객센터 서비스로, 클라우드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으며,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 요약, 분석할 수 있습니다.
... 이 서비스를 쓰면 기존 고객 상담원분들 업무 부담이 좀 줄겠구나-싶어서 관심이 가더라고요.
여기서도 ‘이거 자동으로 음성인식 되는 건가요?’라고 했다가 직접 시연하는 것을 봤는데, 꽤 음성인식이 잘 됐습니다. 사실 고객센터로 전화하는 분들이 항상 논리 정연하게 얘기하는 것은 아닐 텐데, 나름 잘 인식해서 정리하더라고요. 인공지능 기반 콜센터인 AICC와는 뭐가 달라요? 하고 물어보니, 같이 쓸 수 있는 거랍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됩니다. 같이 쓸 경우, 일단 걸려 온 전화(=단순 반복 작업)는 AI가 받고, 간단한 것은 AI가 처리하거나, 아니면 전문 상담원에게 넘기는 거죠.
넘겨받은 전문 상담원은 고객 상담 기록이 자동으로 정리되니, 고객 문의에만 전념할 수 있고요. 클라우드로 일할 수 있으니, 장소도 구애받지 않고, 필요할 때 바로 세팅해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합니다.
와- 정말 말한 대로 될까요?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대한민국 최대 고객센터(100번 KT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회사가 만든 거니, 믿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 밖에도, 단순 문의에만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반복되는 응답이나 일이 필요하고, 음성으로 그 일을 해야 한다면, 쓸 곳은 꽤 많아 보였습니다.
음, 몇 가지 궁금한 것은, 혹시 장난 전화 같은 것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사람이 아니라 AI가 응답할 때 더 편한 일은 뭐가 있을까요? 그런 것들이 있긴 했는데…. 차마 물어보진 못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스탬프 투어 하느라고 바빴거든요. 하하하. 경품은 볼펜을 받았습니다만(슬픔).
그 밖에 KT가 선보이는 다른 기술 제품도, 앞서 말한 업무-기술 적합성(TTF)을 많이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AI 갑상선암 진단보조 플랫폼’은 다양한 초음파 검사 장비가 찍은 영상을 업로드만 하면, 빠르게 분석해 높은 정확도로 갑상선 결절을 자동 검출하고, 결정이 악성인지 양성인지 분류하며, 판독문 및 리포트를 만들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상의학 전문의의 업무 강도를 낮출 수가 있다고 합니다. 직접 찍어서 판독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건 볼 수 없었네요. 초음파 장비가 없어서요(...).
'5G 업무망', '공공DaaS', 'PPP Cloud'는 일반 인터넷망과 분리된, 전용망을 가지고 업무를 하는 정부나 지자체, 단체, 회사를 위한 서비스입니다.
먼저 ‘5G 업무망’은 기존의 유선랜 중심의 사무 환경을 무선 네트워크 5G 중심 업무망으로 바꿔줍니다. 언제 어디서나 내부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일 처리를 할 수 있으면서도, 유선 내부망 정도의 보안과 속도를 제공합니다.
‘5G 업무망’이 내 컴퓨터를 이용해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된 업무망에 접속하는 거라면, ‘공공DaaS(desktop as a service)’는 내 컴퓨터에서 서버에 있는 가상 컴퓨터 화면을 불러와 업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공공기관 대상 서비스입니다. 재택근무나 비상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업무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줍니다.
다른 공공기관용 서비스로는 ‘PPP 클라우드’가 있습니다. 민관 협력형 클라우드 서비스란 뜻인데요. 보안을 위해 인터넷망과 행정망, 공공망을 분리하고 국가 정보통신망과 연결되는 백본망을 갖춘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BizWorks Pro'는 다양한 환경에서 화상 회의 및 여러 업무용 앱을 쓸 수 있는, 공공기관 전용 업무 플랫폼이고요.
그밖에 ‘오피스모바일’은 무선 기반 기업 전화 및 법인폰 솔루션으로, 간단히 말해 사내 전화를 무선으로 바꿔줍니다. 외부에서도 사내 번호로 통화가 가능하고, 무제한 내선 통화 및 그룹 통화, 회사 전화 발신 정보 표시 등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내선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 되겠네요.
이번 ‘2024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는, KT 부스 말고도 은근히 볼 게 있었습니다. 2025년에 발사할 ‘농림 위성’을 비롯해, 육사에서 선보인 ‘가상현실 사격훈련’이라던가, 수원의 ‘XR버스 1795행’ 등 AI와 메타버스에 기반한 여러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평소에 쉽게 볼 수 없기에 더 눈길이 갔던 것 같습니다.
KT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여러 공공기관의 업무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실용적인 솔루션들을 선보인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AI 기술을 다양한 형태로 상용화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앞으로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에 초석이 되길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론 빨리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가 나와주길 바라고요.
얘들 요즘 너무 극성이라, 어떻게든 해야지 안되겠어요..
* KT 엔터프라이즈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