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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쌤 Aug 09. 2024

교권회복은 교사를 위한 것일까?

벌써 서이초 사건이 생긴 지 1년이 넘었다. 뉴스에도 나오고, 온 국민이 분노하기도 했지만 현재 바뀐 것이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오히려 교사의 인기는 계속해서 하락해, 교대 입결은 점점 낮아지고 있고 교사를 그만두는 선생님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교사 파업도 진행해서 논란이 있었다. "어떻게 아이들을 교실에 버려두고 갈 수 있냐"는 여러 질타에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속상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왜 교사가 파업할 수밖에 없었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과연 교권회복은 교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부터 묻고 싶다.


물론, 교사의 권리는 교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학생의 권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며 나아가 공교육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몇몇 유명해진 사례들로 다들 학교의 실정을 조금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건 아주 일부분이지만..)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기 어려운 환경이며,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인해 교사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과 공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교사는 모든 가르칠 의욕을 잃게 된다.

여러 학부모님께 묻고 싶다. 당신의 아이가 학습 수준이 낮아 교사가 아이를 남겨 가르쳐준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우리 아이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가르쳐주는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가? 아니면 우리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낙인찍혀 힘들어할 것 같고, 속상할 것 같다는 생각에 화가 나는가?


놀랍게도 요즘은 후자가 훨씬 많은 추세이다. 

고작 2년 차밖에 되지 않은 나도 후자의 민원을 2번이나 받아보았기 때문이다.


교사에겐 아주 많은 업무가 있고 그중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업무는 70% 정도이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교사도 다른 업무를 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말이다. 일단 하루 종일 시달렸던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며, 오로지 나 혼자가 되어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것을 포기하며 학생을 남겨 가르친다는 것은 교사에게도 대단한 노력임이 틀림없다. 그 아이를 사랑해서 정말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면, 그런 노력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그런 노력을 몰라주고 학부모에게서 민원이 들어온다면 그때부터 교사는 아무 노력도 하기 싫어진다. 수업도 따로 준비하지 않고 그냥 교과서 그대로 나가고 싶고, 아이들의 발달을 위한 활동, 아이들의 학습 수준을 위한 평가, 조금 더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위한 노력 모두 내려놓게 된다. 

이게 과연 학생을 위한 결과가 맞는 것인가?


다음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

가끔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교실에서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욕하고, 선생님의 지도를 전혀 듣지 않는 학생이 나온다. 놀랍게도 그런 아이는 적지 않다. 한 학교에 유명한 아이가 최소 2~3명 정도는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교사에겐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문제 아동들은 교사 앞에서 욕을 하고, 교사를 때리기도 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거나 교사의 지시를 무시하는데 이에 교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동 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때리는 학생의 팔만 잡아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수업 중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의 이름만 공개적으로 불러도 아동학대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교사는 교사의 지위를 완전히 잃어버렸으며,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졌다. 


학부모들은 학생에게 녹음기를 채워 보내기도 하며, 학생도 그걸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또한 역으로 교사가 학생에게 조금만 지적하거나 단호한 어투로 이야기하면 "아동학대로 신고할 거야"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년에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작품을 찢고, 교사에게 욕을 하고, 쓰레기통을 뒤엎고, 배드민턴채를 바닥에 던져 부숴도 학교와 교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있다. 그저 아이를 오냐오냐 달래 화를 진정시키는 것 이외에는. 


물론 교사도 맞고 욕을 듣고, 지도에 불응하며 무시하는 학생을 보면 정말 화도 나고 속상하지만, 피해자는 교사 혼자가 아니다. 그 아이를 제지할 수 없는 교사와 함께 교실에 있는 다른 학생들도 피해자가 된다.

학생이 교실에서 책상을 뒤엎고, 칼을 들고 난동을 부려도 교사는 제지할 수 없고, 다른 학생들은 매일을 등교해 같은 공포에 떨어야 한다. 당연히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니 학습권도 침해되며 그 외에 다른 많은 권리들도 침해된다.


교사의 권리는 교사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학생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공교육의 질이 무너진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사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교사의 질이 높아질 수 없는 2가지 원인이 두드러진다.


첫 번째는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교사가 교육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린다는 것에 있다. 

요즘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방법이라고 떠돌아다니는 글에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고, 생활지도도 하지 않는 교사가 묘사되어 있다. 학생이 떠들든 공부를 안 하든 친구와 싸우든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고 마무리하고, 학교에서는 지겨운 공부 대신 영화와 게임들로 가득 채워 학생이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것. 그것이 민원 하나 없는 좋은 선생님의 길이라고 한다.

아무리 교육을 위해 노력해도 노력을 알아주기는커녕 그것에 대한 지적이 들어오고 신고를 당하는 실정이니, 교사가 교육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교사가 교육의 의지를 잃으면 학생은 지식적으로도 인성적으로도 성장하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공교육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교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에 있다.

현재 교사의 인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교사는 현재, 명예도 권위도 돈도 없는 공무원이다. 누가 하고 싶겠는가. 

항상 1등급대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들어올 수 있던 교대는 현재 5~6등급 정도로 입결이 떨어졌다. 물론 5~6등급이 훌륭한 교사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꼭 공부를 잘해야만 훌륭한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등급'이라는 것은 다시 말하면 얼마나 성실한 생활을 했으며, 자기 주도적으로 생활했는지,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경험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그런데 그러한 노력이 없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그러한 삶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물론 대학에 다니며 그러한 자질을 함양할 수 있겠지만, 중고교 시절 6년에도 어렵던 것이 한 번에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다른 직업과 다르게 교사는 학생시절에 배운 지식도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학교 성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것에 대해서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나의 생각이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글을 쓰는 동안 참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너무 회의적인 글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현장의 많은 교사들은 여전히 열정적이며, 학생들을 정말 사랑한다. 그 마음을 알아주고, 교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함께 마음을 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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