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여왕
매력적인 날씨의 매력적인 꽃이다.
붉은 꽃잎이 겹쳐 참으로 풍성하다. 꽃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린다. 요즘 우리 동네 아파트 담장은 장미꽃으로 가득하다. 일 년 내내 지나다니면서 그냥 덩굴인 줄 알았다. 요즘에야 장미 덩굴인 것을 알았다. 초록 노끈 같던 덩굴에 빨간 점이 생기면서 관심도 없던 초록색 그거에서 매혹적인 그것으로 변했다. 여유로운 시간에 장미 덩굴의 매력을 흠뻑 느끼면서 동네를 걸었다. 나만 장미의 매력에 빠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버지뻘 되었을까? 중년의 남성이 앞에서 걷다가 장미를 보다 하기를 반복하였다. 그렇게 그 분과 나는 뜻하지 않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나란히 걷게 되었다. 혼자 걷지만 외롭지 않아서 마음이 편안하였다. 그분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였다. 한참 지켜보다 덩굴에 손을 가져가더니 여러 장미꽃 중 탐스러운 몇 송이를 꺾었다. 날씨와 장미를 느끼던 동료가 훼방꾼이 되는 순간이었다. 평소 잔디밭에 있는 ‘들어가지 마시오 ‘ 표지판도 찰떡 같이 지키는 나이기에 그 행동은 실망스러웠다. 깨진 유대감에 그 중년 남성을 제치고 지나가려고 발걸음을 빨리하였다. 아주 잠깐의 동료였지만 한순간에 배신자가 된 그 중년 남성의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눈을 잔뜩 찌푸리며 힐끗 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꺾은 장미 세 송이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내가 지금껏 보았던 어느 누구의 눈빛보다 다정하였다. 꽃을 건네받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손에 든 꽃까지 사랑스럽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 꽃을 받을 사람의 존재가 그에게 어떤 의미일지 충분이 상상되었다. 꽃을 받을 사람도 부럽고 그 눈빛으로 꽃을 건네줄 그도 부러웠다. 매혹적인 장미를 보니 그 사람이 떠올라서 꽃을 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꽃은 낭만적이고 마음을 전할 때 가장 선물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잠깐의 생동감으로 유용하지 않고 사치로운 선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손에 들려있던 그 장미 세 송이는 영원한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