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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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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내일도맑음 Jun 01. 2020

까치의 애도

까치도 슬픔을 알더라

  기묘한 일이다.


  쓰레기봉투가 다 차서 버리러 가는 길이었다. 쓰레기를 버리는 곳은 아파트 입구만 나서면 바로 있다. 코앞이다.


  편안한 옷에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나갔다. 그때 오른편으로 투툭툭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처음에는 과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흔들리는 나무의 상태를 보니 과일이 달려있을 리 없었다. 까치였다.


  그 까치는 다리를 축 늘어뜨린채 누워있었다. 겨우 헐떡이고 있었고 쇳소리 같은 새소리가 새어나왔다. 한눈에 봐도 곧 생명이 다할 것 같았다. 까치를 사냥하는 고양이라도 있을까하고 위를 보았지만 고양이가 올라가기에는 너무 높은 나무였다. 머리 위로 까치가 2마리 더 날아다녔다. 아무래도 까치끼리 세력 다툼을 하다. 패배해 스러진 것 같았다.     


  패배한 까치가 생명을 다하는 것을 보자니 안타깝기도 하고 마음이 안되어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그렇다고 내가 까치를 들어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갈 용기까지 없었기에 그냥 쳐다보면서 나름의 애도를 표했다.     


  하늘을 나는 두 마리는 승리에 취했는지 까-악 까-악 소리를 계속냈다.     


  까치의 들썩이던 가슴이 잠잠해질 때까지 쳐다보았다. 잊고 있던 쓰레기 봉투를 버리고 돌아서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몇 발자국 움직이는 사이 아까 내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던 까치 두 마리가 죽은 까치 옆에서 울고 있었다. 그리고 까악 하는 소리는 점점 커졌다. 소리가 얼마나 커지던지 내가 다시 근처로 갈때는 아파트 전체가 울릴 정도였다.

까치는 떠나지 못했다.


놀라웠다. 어디선가 코끼리와 침팬지가 죽음을 애도한다고는 들었는데 까치까지 죽음을 애도할 줄은 몰랐다.


  내가 다가가면 멀리 가지 않고 잠깐 날아올랐다 다시 내려왔다. 내가 조금 물러나면 죽은 까치에 가까이가고 또다시 다가가면 잠깐 멀어졌다. 마치 마지막을 지키는 것 같았다.


그 세 마리는 어떤 관계였을까?

마음이 이상했다. 덩달아 애달팠다.

이별은 세상 모든 존재에게 슬픈일인가보다.

먹먹한 마음으로 집으로 올라왔다. 집 안에서 까치의 울음소리가 한참 동안 들렸다.      


  며칠 뒤 집을 나서면서 그 자리를 보았다. 까치는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묻어줄껄'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하늘이 좋아 위를 쳐다보는데 아파트 앞 나무 위에 까치 두 마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 흔적은 없었고 까치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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