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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지원센터에서 연락이 온 날은 마음이 심란해진다

by 돈냥이



취업지원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취업 여부 확인과 알선 기업 소개를 위해서였던 것 같던데, 수화기 너머에서 조금 살펴보는 듯한 기색이 느껴지더니 약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지 약간 뜸을 들인 후 다른 직무에 대해 어떤지 물어보신다. 마케팅 쪽은 전혀 경험이 없고, 그나마 연결고리가 있는 법률사무원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시면서 다시 연락을 주겠다 하셨다.


워크넷에 구직신청을 하면 해당 지역 센터에서 담당자가 배정되지만 그 담당자와는 통화해본 적 없고, 취업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취업센터에서 오히려 도움을 많이 주신다. 알선업체도 알아봐 주고 내 이력에 어떤 점을 추가하면 좋은지, 기존에 했던 업무와 비슷한 직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살펴봐준다.


아무리 담당 업무라지만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연락을 주면서 나의 취업에 대해 신경 써주는 곳은 나 외에는 이곳뿐인지라 고마운 마음이 크면서 한편으로는 죄송스러운 마음도 든다.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다른 분들은 나이 어린 신입이거나 수요가 많은 요양보호사와 직업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다. 다른 분들은 사무직 경력이 있고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운전도 가능하니 취업이 잘 될 거라고 했지만, 나이가 어중간하게 많으면서 사무직을 지망하는 나는 구인기업과 매칭 하기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엑셀을 좀 못해도 나이 어린 사람을 더 선호하는 소기업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고, 나 또한 운전까지 해야 하는 외근업무도 하면서 최저시급을 받기는 싫었다. 그래서 지원센터의 도움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고 있었다.


면접까지 이어진 적은 없지만 꾸준히 연락을 주고 알선을 해주고, 나라는 존재를 잊지 않고 취업 상황을 확인해주니 너무 감사하다. 그러면서 계속 발전 없는 상태로 있는 것도 죄송하고 더 이상 구직 기준을 낮추지 못하는 것도 죄송하다. 낮출 기준이 더 이상 없어서 요양보호사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그게 어려워서 마음이 너무 불편해진다.



이 나이 때까지 날 벌어먹여 살릴 남편을 만들지 못한 게 잘못인 건지, 전문가로서 사회의 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 것이 잘못인 건지, 그까짓 눈치 하나 못 참고 회사를 뛰쳐나온 게 잘못인 건지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미안함을 덜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과거의 나는 나에게 꼭 필요한 최선의 선택을 했으니 잘못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취업센터의 담당자에게도 이렇게까지 미안함을 느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고마움이 너무 커서 그런 것 같다. 아무에게도 내 상황을 털어놓지 못하고, 그저 당장 할 수 있는, 그렇지만 결과 없는 일들만 혼자 열심히 하면서 매일을 보내고 있는 지금, 누군가가 나의 안부를 물어주고 내 고민을 함께 신경을 써주고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맙다.

취업센터와 통화할 때마다 내 보잘것없음이 새삼 느껴져서 심란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아직도 도움을 받을 곳이 있다는 것에 고맙고 미안한 한편 안도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경제적 상황이나 가족들을 위해서도 있지만, 오늘도 전화를 걸어준 그분에게 고마워서라도 빨리 취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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