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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7일 (목)

영 대접 : 요리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요.

by 재민

어제는 빈 노트 한 페이지 왼쪽 상단에 날짜만 적어놓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프리랜서 일을 시작해 버렸기 때문에 그 일에 매달리고 있어 ‘엄마께 식사 대접’ 프로젝트를 진행할 틈이 없었다. 아니, 틈은 많았지만 피곤해서인지 도통 힘이 나지 않았다.


벌써 목요일이다. 기록을 남기는 지금까지의 성과는 엄마께 프로젝트 운을 뗀 것 뿐이다. 의도하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평소와 다를것 없이 통화 하다 이 말이 훅하고 튀어나왔다.


“나 엄마 요리해 주는 거 해보려고. 내가 대접해 주는 거야. 출장 요리사 느낌으로 말이야.”


“그럼 엄마가 너한테 돈 주는 거야?”라고 엄마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누나가 물어보았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누나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원하는 요리 해주는 거야? 3일 동안 아홉 끼 해줄 수 있어?”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가끔 내가 엄마한테 식사 대접하는 거야.”


“그래서 얼마나 자주?”


구체적인 계획이 없던 나는 말을 더 이을 수 없었고, 아찔했던 통화를 끝냈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의 연속이었다. ‘엄마께 식사 대접’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노트 왼쪽 상단에 날짜만 적어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였다. 어떻게 ‘엄마께 식사 대접’ 프로젝트를 이어 나갈지 계획하지 않았으니 요리해 주겠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고 프로젝트 구조를 만들어 엄마께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 일종의 프로포즈 처럼. 그땐 하고자 하는 식사 대접의 기간과 형식을 정하고 대접의 의도를 이해하시기 편하게 말이다. 옆에 있는 누나가 들어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촘촘함으로.


과연 ‘엄마께 식사 대접’ 프로젝트를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엄마가 좋아하시도록 프로포즈 때 장미꽃 한 송이를 준비해 드리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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