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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an 26. 2023

엄마께 식사 대접하기

행복하고 싶은 마음은 남을 행복하게 하려는 마음이 된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은 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재밌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그래서 ‘엄마께 식사 대접하기’ 프로젝트는 나를 위해 시작했다. 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근사한 요리를 해주고 싶었다. 그럼 내가 행복할 것 같았다. 그래서 소중한 엄마께 요리해드리고 있다.


왜 ‘식사’고 ‘대접’인지 궁금할 것 같다. 나는 요리하는 것과 그 요리를 먹는 걸 좋아한다. 맛있고 잘된 요리는 사진을 찍어 주변에 자랑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요리를 선보이진 않았었다. 아이러니다. 좋아하지만, 하진 않는 그런 종류의 일이 나에겐 ‘식사 대접’이었다. 좋아하는 것 중에 아직 하지 않았던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럼 내가 행복할 것 같았다.


11월 김장 날, 12월 크리스마스에 이어 이번 설날에는 세 번째 식사를 대접해드렸다. 주제는 ‘쌈’이었다. 엄마께 새해를 맞이해서 복을 싸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했다. 직접 메뉴를 정하고, 레시피를 찾고, 연습과 실험을 하고, 장을 보고, 요리를 3시간 넘게 해서 만든 대접이었다. 엄마는 다행스럽게 내가 만든 이름 없고 희한한 요리를 좋아하셨다.


세 번째 대접을  하고나니 대접할 때마다 마음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첫 대접은 내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컸고, 두 번째 대접은 내가 만든 요리를 같이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세 번째 대접 때는 엄마께 한 끼의 행복을 드리기 위한 마음으로 대접했다. 엄마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했고 새로운 맛의 경험이 될 수 있게 노력했다. 내가 요리하는 행복이 엄마가 식사하는 행복과 맞닿아 있었다. 이제서야 온전히 엄마를 위해 만든 식사가 될 수 있었다. ‘대접’이었다.


내가 행복하려고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결국 내가 아닌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려는 노력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일이 모두 그럴지 모른다. 내가 행복하고 싶어 시작한 모든 일은 돌고 돌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마음이 된다. 2월에 있을 식사 대접도 엄마의 행복을 위해 준비하기로 했다. 그 마음은 돌고 돌아 나에게 행복으로 돌아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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