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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비 Oct 07. 2024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생각보다 가까운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나태주의 '행복'이라는 시입니다.


모처럼 쉬는 날 아침,

부득이하게 회사에 가야 합니다.

쉬는 날 회사에 가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눈치가 보입니다.

일이 있어서 가는데도, 뒤가 시원찮습니다.


그렇게 회사에 나가서 생각보다 빨리 일이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아내에게 말한 오후 늦게까지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죠.


이게 얼마만입니까? 그동안 성실하게 9 to 6(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만 하다가,

이렇게 혼자서 몇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에게 주는 선물 같기도 합니다.


큰 보상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갈까 생각을 했습니다.


카페에 가서 책을 읽을까, 도서관에 갈까, 아니면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하나 볼까,....

가까이 사는 친구한테 전화를 한번 해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회사 사무실에서 그냥 책을 읽거나 아니면 넷플릭스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고요.

아무한테도 방해를 받지 않는 공간과 시간을 여기서도 나는 마련을 할 수 있거든요.


조금은 우울해질 뻔했습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이 생겨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이것 뿐인가 하고 좀 아쉬웠죠.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여기 사무실에서 책과 영화를 즐기고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먹고 오후에 일찍 집에 가는 것도 꽤 괜찮은 하루라고 생각을 했죠.


예전에 본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하루 정도는 내가 원하는 하루를 보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요.


그래서 사무실에서 믹스 커피를 한잔 타서 책을 읽고,

나중에 보려고 저장해 놨던 넷플릭스 영화도 하나 봤습니다.

다른 사무실의 동료가 한 명 나와 있어서 같이 점심도 먹었죠.


한껏 여유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오후 3시가 다 되어갑니다.

차에 시동을 걸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합니다.

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고, 뭐 사갈 것 없냐고....^^


우리가 행복이라 부르는 것들이 그렇게 거창하지 않고 이렇게 쉽고 가깝다는 것을 느끼는 하루였죠.

나이가 들면 뛰어남보다는 평범함행복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아프지 않고, 그렇게 가난하지 않다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에 가까운 것 ....같.. 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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